계약금
A 주식회사가 B 주식회사에 아스콘을 납품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B 주식회사는 C 주식회사와 직불합의를 하여 자신의 대금 지급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B 주식회사에게 미지급 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B 주식회사에 3억 8천5백만 원 상당의 아스콘을 납품하고, 대금은 '월 마감 청구 익월 말 현금'으로 받기로 약정했습니다. 그러나 B 주식회사는 대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A 주식회사, B 주식회사, 그리고 제3의 회사인 C 주식회사가 C가 A에게 납품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직불합의를 맺었습니다. B 주식회사는 직불합의 이후 3천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직불합의로 자신의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미지급 대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스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발주처와 하수급인, 제3자 간에 이루어진 직불합의가 기존 원사업자의 채무를 면책시키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직불합의의 법적 성격이 하도급법상 면책적 합의인지, 아니면 단순히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는 것인지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B가 원고 A 주식회사에게 미지급 아스콘 납품대금 355,075,955원과 2023년 4월 1일부터 2024년 3월 26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이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이 아스콘 납품 계약이 하도급법상 "하도급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의문이 있으며, 둘째, 직불합의서가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을 모두 근거로 들고 있어 면책적 합의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채무인수가 면책적인지 불분명할 때는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사건 직불합의는 C 주식회사가 B 주식회사의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B 주식회사의 채무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하도급법) 제2조 제1항 (하도급거래의 정의): 이 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위탁, 수리위탁, 건설위탁 또는 용역위탁을 하거나 원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위탁을 받은 것을 수급사업자에게 다시 위탁한 경우, 수급사업자가 위탁받은 것을 제조, 수리, 시공하거나 용역수행하여 원사업자에게 납품, 인도 또는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하도급거래로 정의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아스콘 납품 계약이 위 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하도급법 적용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 및 제2항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하도급법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발주자(원사업자보다 상위의 사업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와 원사업자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 이는 면책적 채무인수의 성격을 가집니다. 그러나 본 판례에서는 직불합의가 이 조항의 요건을 충족하는 면책적 직불합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이 조항 역시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하도급법상 직불합의와는 그 효과가 다를 수 있으며, 직불합의서에 이 조항이 함께 언급되어 직불합의의 법적 성격이 더 불분명해졌습니다. 채무인수의 해석 원칙 (대법원 2002다36228 판결 등): 채무인수계약에서 채무인수가 면책적인지 중첩적인지 분명하지 않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즉, 기존 채무자가 여전히 채무를 부담하면서 새로운 채무자도 함께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 판례에서도 직불합의서에 피고의 채무가 면책된다는 내용이 없었으므로, C 주식회사가 B 주식회사의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계약 시에는 대금 지급 방식과 주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시 채무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명확히 문서화해야 합니다. 특히 제3자가 대금 지급에 개입하는 경우, 기존 채무자의 책임이 면책되는지, 아니면 제3자가 함께 책임지는 것인지 분명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는 거래인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의 범위는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직불합의와 같이 복잡한 채무 관계 변경 합의를 할 때에는, 해당 합의가 어떤 법률(예: 하도급법, 건설산업기본법, 민법 등)에 근거하며, 각 당사자의 채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단순히 '직불합의'라는 명칭만으로는 면책 효과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채무 인수가 면책적인지 중첩적인지 불분명할 경우에는 법원에서 중첩적 채무 인수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존 채무자는 자신의 채무가 소멸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