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피고에게 척추 수술(전방 경유술)을 받은 후, 영구적인 사정장애와 역행성 사정 그리고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원심은 피고가 수술 방법 선택 및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 소송에서의 증명책임 및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 내 수술법 선택과 합병증 발생만으로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원고 1은 2013년 7월 6일 피고에게 제4-5 요추간 추간판 확장 후 추간판 절제술 및 인공디스크 삽입술, 제5 요추-제1 천추 부위 전방 경유 추간판 제거 및 인공디스크 치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함)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수술 이후 원고 1은 '사정장애와 역행성 사정'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해 정서문제와 수면장애 등 일상생활 적응력이 떨어져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수술 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위와 같은 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심은 원고 1이 35세의 젊은 남성으로 수술 전 역행성 사정의 기왕력이 없었던 점, 수술 부위가 천골신경과 관련이 있고 천골 기능장애가 대부분 수술 시 신경 손상으로 인한 점, 피고가 무딘 박리기 대신 수술용 클립을 사용한 점, 역행성 사정 발생 빈도가 1984년 약 0.42%, 1995년 약 5.9%로 낮고 영구 장애는 약 3~5% 정도인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지웠습니다.
의료 행위 중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 그리고 의사가 수술 방법을 선택할 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의료소송에서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가 전방 경유술을 선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으며, 수술 과정에서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으로 역행성 사정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심이 수술용 클립 사용 등을 들어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으나, 수술용 클립은 지혈 도구일 뿐 박리에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수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과 영구적 역행성 사정을 초래하는 원인, 요구되는 주의의무, 주의의무 준수 여부, 신경 손상 예방 가능성 등을 충분히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의료 소송에서 의료 행위의 고도한 전문성을 인정하며, 단순히 중대한 수술 결과나 합병증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에게 의료 과실의 책임을 지우거나 무과실을 증명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환자 측에서 의료 과실을 주장할 때에는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그 행위가 손해 발생에 미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합병증 발생이 통상적인 의료 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면밀히 심리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1. 의료소송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와 그 한계: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환자 측이 의료 행위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과실 있는 행위와 발생한 결과 사이에 의료 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입될 여지가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료진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증명책임이 완화됩니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 자체의 존재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므로, 의료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음이 밝혀진다면 환자 측의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특히,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일반인이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지만,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2. 의사의 합리적 재량권: 의사는 진료를 수행하면서 환자의 개별적 상황, 당시의 의료 기술 수준, 그리고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근거하여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이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만을 놓고 특정 방법만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3. 합병증 발생만으로 과실 추정 불가: 의료 행위로 인해 환자에게 후유장해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의료진이 최선의 조치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거나 그 합병증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면, 해당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료 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등).
의료 행위 전에 의료진으로부터 수술 방법의 장단점, 예측되는 결과, 그리고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해당 수술법이 다른 방법보다 특정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면 그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의료 과실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생한 합병증이 당시 의료 수준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범위 내였는지, 아니면 의료진의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인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의료 과실을 주장하는 경우, 단순히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보다는 의료진의 구체적인 의료 행위 과정에서 법률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어떻게 위반했는지, 예를 들어 부적절한 기구 사용, 잘못된 수술 절차, 충분치 않은 사전 검사 등 명확한 과실 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의학적 증거와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의료 기록(진료기록, 수술 기록, 검사 결과 등)을 상세히 검토하고, 의료 전문가의 감정이나 의견을 통해 발생한 합병증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지, 그리고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