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밀가루 생산 및 판매 기업들이 밀가루 생산량 제한, 기준 가격 합의, 장려금 폐지·축소 등 담합 행위를 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자,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담합 행위가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인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시정을 위해 정보교환 금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과징금 상한액 적용으로 인한 감경 비율의 차이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밀가루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회사들은 공공연히 밀가루 생산량과 판매 가격을 합의하여 정하고,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장려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담합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되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회사들에게 담합 행위 중지, 정보교환 금지 명령 등의 시정 조치와 함께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회사들은 공정위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특히 정보교환 금지 명령의 적법성과 과징금 산정의 공정성에 대해 다투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밀가루 생산량 제한, 기준 가격, 장려금 폐지·축소에 대한 합의가 밀가루 판매시장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공동행위의 시정을 위해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명령이 명확성과 구체성 및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법정 상한액을 적용하여 사업자별 감경 비율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 헌법상 비례 및 평등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먼저 원고들의 밀가루 생산량, 기준 가격, 장려금에 대한 합의가 밀가루 판매시장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첫째, 공정거래법 제21조에 따른 시정명령은 행위 중지는 물론 유사 행위의 반복 금지까지 포함하며, 부당 공동행위의 시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보교환 금지 명령도 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정보교환 금지 명령은 명확성과 구체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이 정보교환 금지 명령이 시정명령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둘째, 과징금 부과처분과 관련하여, 법령상 정해진 과징금 상한액(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의 5%)을 적용하여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각 사업자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고려한 것으로서, 담합 주도 여부 및 시장 점유율 등에 따라 임의적 조정 과징금 산정 시 이미 감경이 이루어졌고, 최종 부과 과징금 액수도 다르게 산정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주도 사업자의 감경 비율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공정거래위원회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밀가루 생산 및 판매 사업자들의 담합 행위를 인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교환 금지 명령이 법률상 허용되는 시정 조치이며, 과징금 부과 처분 역시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모든 상고는 기각되었고, 공정거래위원회 패소 부분은 다시 심리·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며, 사업자들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합의를 하는 경우 이에 해당합니다. 동 법률 제21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이 명령에는 행위 중지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동일 유형의 행위 반복 금지, 즉 정보교환 금지 명령과 같이 위법을 시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다양한 조치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명령은 금지되어야 할 내용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당해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례해야 합니다. 동 법률 제22조 및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정을 명시하며, 과징금은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의 100분의 5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부과됩니다. 과징금 산정 시에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기간 및 횟수, 취득한 이익 규모 등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참작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들을 토대로 시정명령의 포괄성·추상성 허용 범위와 정보교환 금지 명령의 적법성, 그리고 법정 상한액이 있는 과징금 산정 방식이 비례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기업 간 경쟁사 정보교환은 담합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가격, 생산량, 판매량과 같은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정보를 직접 또는 협회 등 제3자를 통해 교환하는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 행위 중지 외에도 정보교환 금지와 같이 위반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인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명령은 과거의 위반행위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유사 행위까지 금지할 수 있습니다. 과징금 부과 시에는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기간, 취득한 이익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징금을 산정하며, 법령상 최대 과징금 상한액(예: 매출액의 5%)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담합 주도 여부나 시장 점유율에 따른 감경이 이루어진 후 최종적으로 법정 상한액에 맞춰 부과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 간 감경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자들의 경제적 부담 능력을 고려한 조치이므로, 단순히 감경 비율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으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