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금융
피고인 A는 대출을 받기 위해 법인 명의의 계좌 통장, 체크카드,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 B는 유사하게 대출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된 약 4억 1천5백만 원의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 A는 2021년 2월경 '본인 명의 회사를 설립하고 회사 통장 등을 개설해 넘겨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성명불상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 계좌의 통장, 체크카드, OTP를 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피고인 B는 2021년 3월 말경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법인을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해 알려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개설된 법인 계좌로 입금된 총 4억 1천5백만 원 상당의 돈을 수십 차례에 걸쳐 인출하여 무인택배함 등에 넣어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는 '불법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졌음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행위를 지속했습니다. 두 피고인이 제공하거나 인출한 계좌는 결국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되어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습니다.
피고인 A의 경우,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계좌 접근매체를 넘긴 행위가 '대가를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 B의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사기 범행을 저지른 공동정범인지, 아니면 범행을 도운 방조범인지, 그리고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되었고,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됩니다.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년 4월이 선고되었으나,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며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위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가 신용불량으로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접근매체 대여를 통해 비정상적인 대출 기회를 얻기로 약속한 것을 '대가' 관계로 보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피고인 B의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과 직접적인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우나, 평소 대출 상황이 비정상적임을 인지하고 과거 유사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어 보이스피싱 범행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사기방조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이 없었던 점,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던 점 등을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쉽게 대출을 해주겠다며 법인 설립, 계좌 개설, 통장이나 카드, OTP 등의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제안은 대부분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나 대출 절차에서는 절대로 타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본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특히, 계좌에 입금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특정 장소에 두거나 타인에게 전달해 달라는 요청은 거의 100% 불법적인 자금 세탁 행위이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대출을 받으려는 목적이었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사기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큰 액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유사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면 더욱 불리한 양형이 내려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