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신용보증기금이 채무자 B의 대출을 대신 갚은 후 B가 다른 회사(피고)에 설정한 근저당권이 자신을 해치는 사해행위라며 취소를 요구했으나 법원은 근저당권 설정 당시 이미 부동산 가액이 선순위 담보 채무액을 초과했으므로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원고)은 주식회사 B(채무자)와 신용보증약정을 맺고 보증서를 발행했으며 B는 이를 이용해 한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습니다. 2022년 8월 11일 B의 원리금 연체로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했고 신용보증기금은 2023년 1월 11일 한국산업은행에 1,300,678,911원, 같은 해 1월 18일 A라는 곳에 201,931,791원을 대신 갚았습니다. 한편 신용보증사고 발생 6일 전인 2022년 8월 5일 B는 피고 주식회사 A와 기존 대출금 분할 상환 유예 조건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마쳤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 근저당권 설정이 자신(구상금채권자)을 해치는 사해행위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부동산 경매에서 피고에게 배당된 67,095,437원을 0원으로 원고에게 70,148,478원으로 배당표를 경정해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채무자가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가 기존 담보 채무액이 부동산 가치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을 때 해당 행위를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 이미 해당 부동산의 시가인 1,403,703,600원보다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인 1,460,000,000원이 더 많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부동산은 일반 채권자들이 공동으로 담보 삼을 수 있는 재산 부분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사해행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면서 재산을 빼돌리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등의 법률 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와 채무자 B 사이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판례 (1997. 9. 9. 선고 97다10864 판결 등): 법원은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그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이 되므로 기존 담보권의 피담보채무액이 당해 부동산의 가액을 이미 초과하고 있다면 그 상태에서 한 당해 부동산의 양도 등 처분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이는 이미 빚이 부동산 가치를 넘어선 상태에서는 추가 담보 설정이 다른 채권자에게 새로운 손해를 입힌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근거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 설정 당시 부동산 시가(1,403,703,600원)보다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1,460,000,000원)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이 부동산은 이미 책임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상태였고 따라서 채무자 B가 피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어떤 채무자가 자신의 부동산에 담보권을 설정하거나 양도하는 행위가 다른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해행위'로 인정되려면 해당 부동산이 채권자들이 공동으로 담보 삼을 수 있는 '책임재산'이어야 합니다. 만약 부동산에 이미 설정된 선순위 담보권의 채무액이 부동산의 실제 가치를 초과한다면 그 부동산은 더 이상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무자가 추가로 담보권을 설정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하더라도 이는 원래부터 채권자들이 손해를 입을 만한 재산이 아니었으므로 사해행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채무자의 부동산 관련 처분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해당 부동산의 가치와 선순위 담보 채무액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