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이 뜨겁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지만, 요즘 국내 중형 조선사까지 도크가 꽉 찰 정도로 일감이 넘친다는 건 좀 충격적이에요. 케이조선의 가동률은 무려 109.5%라고 하네요. 보통 가동률은 100%가 한계인데, 그 이상이라니 얼마나 일이 밀려 있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대한조선도 100% 이상, HJ중공업은 규모 때문에 가동률 수치가 작게 나오지만 사실상 풀가동이랍니다.
2010년대 중반, '조선 수주 절벽'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 시절엔 거의 밥줄이 끊긴 수준이었어요. 모기업이 바뀌고 부도 위기도 겪으며 정말 힘든 시기였죠. 그런데 그 암흑기를 딛고 지난해부터 갑자기 밀린 선박 주문이 쏟아지면서, 대형 조선소 못지않게 중형사들까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특히 원유·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탱커 발주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중형사들의 일감이 늘었는데요, 케이조선은 올해 15척, 대한조선은 지난해 전체보다 더 많은 11척, HJ중공업은 중형 컨테이너선 4척을 잇따라 수주하며 꽤 돈맛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이 수주액은 회사 전체 매출의 웬만한 큰 손실도 덮을 수 있을 정도라니 '와 대박'이죠.
문제는 이 주춤함 없는 오름세가 내년에도 계속될까 하는 거예요. 해외 전망 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내년 신조선 발주량이 15% 가까이 떨어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과 주력 경쟁이 겹치면서 중형사들이 타격 받는 가능성이 크다고 하네요. 당장 수주가 늘어났다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속사정입니다.
그래서 중형 조선사들은 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어요. 미국 군함 MRO 시장은 무려 20조 원 규모라며, 국내 기업들도 점점 수주 기회를 잡고 있다고 하네요. 케이조선은 진해 조선소에 MRO 시설을 만드는 중이고, HJ중공업은 미 해군과 정비 협약을 준비 중입니다. 친환경 기술 개발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호황' 이면엔 이렇게 눈물 나는 전략과 고민도 숨어 있다는 점, 오늘 한번 곱씹어 보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조선업계가 어떻게 불황의 파도 속에서 생존 전략을 짜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