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B 주식회사가 '11데이', '111데이', '1111데이' 등(이하 '이 사건 표장')의 명칭을 사용하여 진행한 할인 행사가 원고의 등록상표인 '11days' 상표권을 침해하고,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의 영업표지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하여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며,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표장의 사용 금지 및 2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7년부터 2020년 2월까지 피고 B 주식회사가 'L', 'M', 'N' (통칭 '이 사건 표장')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여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행위가 원고의 등록상표 '11days'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국내에 널리 알려진 원고의 영업표지 'T', 'V', 'U', 'S' 등과 유사하여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표장의 사용 금지와 더불어 피고가 이 사건 표장을 사용한 기간의 매출액에 3%의 라이선스료 중 일부인 20억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가 사용한 '11데이', '111데이', '1111데이' 등의 표장이 원고의 등록상표인 '11days'를 침해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의 행위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의 영업표지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유발하는 부정경쟁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부정경쟁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피고 B 주식회사의 행위가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등록상표인 '11days'와 피고의 '11데이' 등 표장이 외관, 호칭, 관념상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표장을 할인 행사의 시기나 기간을 안내하는 설명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뿐, 상품 출처를 나타내는 상표로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의 'S' 표지와 피고의 표장이 유사하지 않고, 'T', 'U', 'V' 등 다른 영업표지들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의 'V', 'U', 'T' 등의 행사 명칭은 간단하고 흔한 표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며, 이를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보기 어렵다며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표법(제66조 상표권 침해 행위) 상표법은 등록된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타인의 지정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를 상표권 침해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상표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표장이 상품 또는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로서' 사용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법원은 표장이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의 속성, 시기, 기간, 가격 등을 설명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11days' 상표와 피고의 '11데이' 등의 표장이 외관, 호칭, 관념상 서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이 사건 표장을 할인 행사의 시기(1월 1일, 1월 11일, 11월 11일)를 안내하는 설명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뿐, 상품의 식별표지(출처표시)로서 사용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표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목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표지와 혼동하게 하는 행위) 이 조항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표, 상호, 그 밖의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이나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봅니다. 여기서 '널리 인식된'이란 단순히 사용되고 있다는 정도를 넘어 계속적인 사용과 광고 선전 등으로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여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해당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될 정도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의 'S' 표지와 피고의 이 사건 표장이 유사하지 않고, 원고의 'T', 'U', 'V' 등의 영업표지들은 인터넷 종합쇼핑몰업 분야의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 사이에서 원고의 사용표지로서 현저하게 인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제2조 제1호 ㈘목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 이 조항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봅니다. 여기서 '성과 등'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결과물이 갖는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고객 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의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아야 합니다. 법원은 원고의 'V', 'U', 'T' 등의 행사 명칭이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이를 사용했더라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 상표권 침해 여부는 단순히 표장이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표의 외관, 발음, 의미뿐만 아니라 해당 표장이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나타내는 '상표로서' 사용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할인 행사 기간이나 내용을 설명하는 용도로 사용된 표장은 상표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째, 영업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는 것은 해당 표지가 상당 기간 계속적으로 사용되고 광고 선전되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해당 영업을 나타내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될 정도여야 합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용 기간, 광고 규모, 매출액, 인지도 조사 등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셋째, 부정경쟁방지법상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결과물이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해당 사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에 속하지 않아야 합니다. 간단하고 흔히 사용되는 표현은 보호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넷째, 새로운 행사 명칭이나 마케팅 용어를 개발할 때는 기존에 등록된 상표나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독점적인 권리 확보를 위해 상표 등록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