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들이 누나이자 딸인 D에게 돈을 빌리는 데 사용하라고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 신분증을 맡겼으나, D이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여 피고 회사와 원고들 소유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D이 대리권 없이 체결한 이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원고 A와 B는 2021년 12월 30일, 딸이자 누나인 D의 부탁을 받고 돈을 빌리는 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신분증을 교부했습니다. 그러나 D은 이 서류들을 이용하여 2022년 1월 26일 원고들을 대리하여 피고 주식회사 C와 별지 부동산 목록에 기재된 각 부동산을 14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무단으로 체결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이 2023년 4월 13일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자,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D은 위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원고들 명의의 서류들을 위조하여 행사한 혐의(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가족에게 특정 목적으로 교부한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신분증을 다른 가족 구성원이 무단으로 사용하여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의 유효성 여부입니다. 특히, 무단으로 서류를 위조하고 행사한 사실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경우, 이 사실이 민사재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쟁점이 있었습니다.
원고들과 피고 주식회사 C 사이의 2022년 1월 26일자 부동산 매매계약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원고들의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은 D이 그 목적을 넘어 무단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대리권이 없는 자가 체결한 '무권대리' 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D이 이 사건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형사판결의 사실인정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D이 대리권 없이 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매매계약의 무효를 확인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리와 원칙이 적용되어 판단되었습니다.
1. 무권대리 법리: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D은 원고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목적으로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았을 뿐, 부동산을 매도할 대리권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D이 원고들을 대리하여 피고와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은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는 무효인 계약으로 보았습니다.
2. 형사판결의 민사재판에 대한 증거력: 민사재판은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343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D이 원고들 명의의 매매계약서, 위임장 등을 위조하여 행사함으로써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은, D이 원고들의 대리권 없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음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피고가 다른 소송에서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주장한 바 있으나, 본 판결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는 무권대리 및 형사판결의 증거력에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이라 할지라도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신분증과 같은 중요한 서류는 절대 타인에게 쉽게 맡기거나 교부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목적으로 서류를 교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서류들이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다른 중요한 법률행위에 악용될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부동산과 같은 고액 자산의 거래에서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참여하거나, 대리인을 통한 거래 시에는 대리권의 범위와 유무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통해 대리권이 적법하게 부여되었는지, 그리고 그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떠한 계약이든 신중하게 접근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거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족 간의 거래라고 해서 법적 절차나 서류 확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더욱 철저히 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