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 A는 연탄가스 중독 치료 중 피고 병원에서 채혈을 받던 중 오른팔 요골신경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에 A는 이전에 피고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합의금을 받았으나, 이후 복합부위통증증후군II형 진단을 받았다며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이미 진행된 선행 소송의 화해권고결정에 '기판력'이 발생했으므로 이번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과거 소송 당시 이미 진단이 내려졌거나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손해이고 원고가 이전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4년 2월 12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채혈을 받던 중 오른팔 요골신경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신경봉합술을 받았고, 피고 병원의 의료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선행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선행 소송 진행 중 신체감정 결과 '감정일로부터 1년간 맥브라이드 장애표 말초신경 1-B-1-c-(1)항을 준용하여 22% 한시장해' 판정을 받았으며, 2015년 3월 25일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피고 병원으로부터 2천1백만 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으로 합의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선행 소송 무렵인 2014년 7월 충북대학교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II형 진단을 받았다며, 이 새로운 상해에 대한 손해배상 및 채혈 과정에서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청구했습니다.
이전 소송에서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후, 같은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추가로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손해에 대해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즉 이전 소송의 '기판력'이 이번 소송에 미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이번 소송에서 주장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II형 진단 관련 손해가 선행 소송 당시 이미 진단을 받았거나 충분히 예견 가능했으며, 원고가 이전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번 청구는 선행 소송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법리는 바로 '기판력(Res Judicata)'입니다. 기판력이란 법원의 확정된 판결(이 사례에서는 화해권고결정)이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여, 동일한 사항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없도록 하는 효력을 말합니다. 즉, 한 번 판결이 나거나 합의가 확정된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 소송의 변론종결 후에 새로운 적극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의 발생을 전 소송 당시 예견할 수 없었고 그 부분 청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전 소송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주장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II형 진단은 선행 소송 당시 이미 진단을 받았거나, 동일한 증상에 대한 것이어서 그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원고가 이전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채혈 과정에서의 '설명의무 위반' 주장 역시 선행 소송과 동일한 청구원인으로 보아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때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해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증상이 고정되지 않거나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화해권고결정이나 조정, 합의는 확정되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원칙적으로 동일한 원인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합의 과정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손해를 충분히 반영하고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합의 시 예상치 못했던 중대한 손해가 추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합의서에 '추가 손해 발생 시 재청구 가능'과 같은 단서 조항을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의 기판력 법리에 비추어 이러한 단서 조항의 효력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전 소송에서 청구하지 않은 손해라도 '예견 불가능성' 또는 '청구 포기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만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고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