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뇌경색과 치매 증상으로 입원 중이던 환자가 요양병원과 이후 수술병원에서 두 차례 낙상 사고를 겪어 골절상을 입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상속인들은 병원들이 낙상 방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 A는 2017년 12월경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치매 등의 증상이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2018년 8월 30일 H병원에 입원했습니다. H병원 입원 당시 A는 심한 인지기능 장애 소견을 보였는데, 입원 다음 날인 8월 31일 좌측 골반 통증을 호소했고 진료 결과 좌측 대퇴골 경부골절(1차 상해)이 의심되어 J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J병원에서는 9월 3일 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후 낙상 방지를 위해 신체억제대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23일 후인 9월 27일 주치의의 지시로 신체억제대가 제거된 뒤, A는 침대에서 낙상하여 좌측 대퇴골 간부골절(2차 상해)을 입었습니다. A는 이 사고들로 인해 좌측 고관절 및 슬관절 관절 각도 장애, 좌측 하지 근력 및 감각 저하 등의 후유증(합산 장해율 45%)이 남았으며, 이 사건 소송 중인 2020년 4월 26일 사망했습니다. A의 상속인들은 피고 병원들이 낙상 고위험군 환자인 A에 대한 가중된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두 차례의 낙상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하며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물었습니다.
H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A가 1차 낙상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 J병원 의료진이 신체억제대를 임의로 제거하여 A가 2차 낙상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 그리고 피고 병원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A의 상해 및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H병원에서 1차 상해를 입은 경위가 명확하지 않고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J병원에서 주치의의 지시로 신체억제대가 제거된 후 망인이 낙상한 것에 대해, 주치의의 신체억제대 제거 조치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증거가 없고 J병원 의료진의 구체적인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병원들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이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의료진의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 의사는 진찰, 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인정되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진료 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본 판례에서 원고들은 피고 병원들이 낙상 고위험군 환자인 망인에게 가중된 보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H병원 의료진이 1차 상해 발생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2. 의료행위의 재량권: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 경험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의사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해당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며, 반드시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모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J병원 주치의가 망인의 신체억제대 제거를 지시한 것에 대해 법원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 책임: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므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상의 과실을 추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히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원고들이 H병원 의료진의 1차 상해 발생 관련 과실 및 J병원 의료진의 2차 상해 발생 관련 과실을 구체적으로 주장,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환자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고 발생 시점, 장소, 구체적인 경위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예: 의료기록, 간호 기록, CCTV 영상, 증인 진술 등)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기관의 과실을 주장할 때에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행위가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등 특수한 상황은 의료진에게 가중된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점이 곧바로 의료과실 및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체억제대 사용 및 제거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과 재량에 속하는 부분이므로, 이를 통한 과실을 주장하려면 해당 판단이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거나, 지시 이후 관리 소홀 등 구체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막연히 추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