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뇌전증과 주요우울장애를 앓던 망인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 중 방범창을 뜯고 창문 밖으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입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는 병원 운영자들에게 시설 관리 소홀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정신병원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견고한 방범창과 충분한 안전시설을 갖출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고 판단하여 병원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망인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한 점을 고려하여 병원 측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하고, 병원 운영자들에게 원고에게 1억 3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F은 뇌전증과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2022년 2월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후 보호의무자인 원고 A의 동의를 얻어 2022년 2월 26일 피고들이 운영하는 E병원의 폐쇄병동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후 망인은 병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행동을 자주 보였고, 원고에게도 퇴원하고 싶다고 전화로 여러 차례 말하는 등 퇴원에 대한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주치의도 이러한 상태를 알고 있었습니다. 2022년 3월 3일 17시 12분경부터 17시 16분경 사이, 망인은 폐쇄병동 입원실에 혼자 있던 약 4분 동안 방범창을 뜯어내고 창문 밖으로 추락했습니다.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나 같은 날 18시 45분경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어머니인 원고 A는 피고들(병원 운영자)에게 병원의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보호하는 병원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폐쇄병동 내 안전시설(방범창 등)을 충분히 갖추고 관리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와, 만약 미흡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환자의 사망 사고에 대한 병원의 책임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환자 본인의 행동이 사고 발생에 미친 영향이 병원의 책임 제한 사유가 되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였습니다.
법원은 피고들(병원 운영자)이 공동으로 원고에게 131,563,618원 및 이에 대한 2022년 3월 3일부터 2023년 5월 1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금액은 망인의 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위자료 등을 포함하며, 병원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하여 산정되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들이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정신병원이 환자 안전을 위한 시설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환자 추락 사망 사고에 대해 병원 운영자의 책임이 인정되었으나, 환자 본인의 행동 또한 사고 원인으로 인정되어 병원의 책임 범위가 일부 제한된 판결입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병원 운영자들은 시설 관리 및 환자 보호에 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인정되어 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정신병원은 충동적인 환자가 많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가 창문으로 추락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관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병원 운영자인 피고들은 망인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병원의 총괄 책임자로서, 병원 시설 관리 및 직원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사고에 대해 운영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합니다. 과실상계 (민법 제763조, 제396조 준용):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스스로 방범창을 뜯고 창문 밖으로 나간 잘못이 인정되었으나, 정신질환으로 인해 의사결정능력이 온전치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했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 손해배상금은 일실수입(사망으로 인한 미래 소득 손실), 기왕치료비, 장례비, 위자료(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등으로 구성됩니다. 법원은 망인이 정신질환을 앓았더라도 미래 소득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했으며, 망인과 유족의 위자료를 각각 인정했습니다.
정신병원 입원 환자 보호의무: 정신질환자를 치료·보호하는 병원은 환자의 비정상적인 사고 및 행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폐쇄병동의 경우 더욱 엄격한 시설 관리와 관리가 요구됩니다.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정신병원, 특히 폐쇄병동의 창문에는 환자가 쉽게 뜯어낼 수 없도록 견고한 방범창 등 탈출 방지 및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창문이 열릴 경우를 대비한 추가적인 안전시설도 고려해야 합니다. 환자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및 기록: 환자의 퇴원 의사, 불안정한 행동 변화 등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며,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사고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면 병원의 책임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환자 본인의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상실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한 경우, 병원의 책임이 일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환자의 상태, 병원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 비율을 정합니다. 정신질환자의 소득 활동 가능성: 정신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미래 소득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손해배상 산정 시 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