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환자 G 씨는 아랫배 통증과 질출혈로 J 병원에 내원하여 조직검사 및 여러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폐경으로 인한 위축성 질환으로 판단하고 호르몬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수술 전 검사 과정에서 림프절 종대가 발견되어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였고, 그곳에서 자궁내막암 4기와 전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습니다. 환자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음에도 결국 사망하였고, 유족들은 J 병원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로 암 진단이 늦어져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병원 운영자를 상대로 약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J 병원 의료진이 당시 의료 수준에 따라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아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환자 G 씨는 2017년 11월 하순경 아랫배 통증과 질출혈 증상으로 J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자궁경부세포검사와 자궁내막소파술을 통한 조직검사를 실시했으나, 2017년 12월 5일 조직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후 의료진은 환자의 질출혈을 폐경으로 인한 위축성 질환으로 판단하고 2017년 12월 7일부터 2018년 4월 14일까지 호르몬 질정제 치료와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환자는 아랫배 통증과 소량의 출혈을 계속 호소했습니다.
2018년 4월 14일, 의료진은 자궁적출술을 권유했고 수술 날짜가 4월 20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4월 16일 수술 전 검사 과정에서 좌측 쇄골상부 등의 다발성 림프절 종대가 발견되었고, J 병원은 환자에게 상급병원 진료를 권고했습니다. 같은 날 K 병원에 내원한 환자는 CT 검사 결과 자궁내막암 4기와 복막내 파종, 간 및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광역자궁적출술과 전이암 절제술 등 여러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환자 G 씨는 2019년 3월 6일 자궁내막암의 전이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유족들은 J 병원 의료진이 질출혈과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 충분한 이학적 검사를 하지 않고, 원인이 불분명함에도 추가 영상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타과 진료를 의뢰하지 않아 자궁내막암 발병 사실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암 진단이 5개월 이상 늦어져 4기에 이른 상태로 뒤늦게 발견되었고, 결국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며 병원 운영자를 상대로 망인의 위자료와 유족 고유의 위자료를 포함하여 총 약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J 병원 의료진이 환자 G 씨의 아랫배 통증과 질출혈 증상에 대해 자궁내막암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진이 충분한 이학적 검사와 영상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타과 진료를 의뢰하지 않아 암 진단이 지연되어 환자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진단상 과실로 인해 병원 운영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망인의 자궁내막암 발병 사실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초기 증상과 검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진료를 진행했으며, 당시의 의학적 상황에서 암을 의심하여 추가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본 판례는 의사의 주의의무와 진단상 과실의 판단 기준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전문직업인으로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가집니다. 여기서 '최선의 조치'는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실천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즉,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바탕으로 하되,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2. 진단상 과실의 판단 기준: 진단은 문진, 시진, 촉진, 청진 및 각종 임상 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하여 질병의 유무, 종류, 성질, 진행 정도를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입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되므로 매우 중요한 의료행위입니다. 따라서 진단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는 비록 완벽한 임상 진단이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와 의학 지식,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이 사건에의 적용: 이 판례에서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최초 내원 시점의 증상(아랫배 통증, 질출혈)과 검사 결과(자궁내막조직검사 결과 이상 없음, 이후 초음파 검사 결과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악성 질환(암)을 의심하지 않은 채 치료를 진행한 것이 당시 임상의학 분야의 진단 수준 범위 내에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모든 상황에서 특정 검사(예: CT, MRI)나 타과 진료를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당시의 의학적 지견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 계획을 세웠다면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