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 A는 회사의 심각한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피해 회사 D 주식회사로부터 약 5천4백만 원 상당의 스테인레스 코일을 공급받았습니다. 검찰은 A가 대금 지급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물품을 편취하였다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에게 사기죄의 핵심 요소인 '편취의 범의', 즉 처음부터 대금을 갚지 않을 의사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 A는 2017년 12월 경, 회사가 금융기관 대출채무 22억 원, 공급업체 채무 12억 원 상당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상황에서 피해 회사 D 주식회사로부터 5회에 걸쳐 총 54,128,558원 상당의 스테인레스 코일을 공급받았습니다. 당시 A는 피해 회사에 물품 대금을 2개월 후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처럼 행동했으나, 실제로는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려웠습니다. 이에 피해 회사는 A가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기망하여 물품을 편취했다고 주장하며 사기죄로 고소하였습니다. A는 통상적인 거래였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회생신청을 했으며, 재산이 묶일 것을 몰랐고 대금을 받으면 지급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영 악화 상태에 있는 기업의 대표가 물품을 공급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의 성립 요건 중 '편취의 범의' 즉, 처음부터 대금을 갚지 않을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합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에게 물품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사업이 경영 부진 상태에 있어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했더라도, 그러한 상황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기죄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따른 것입니다. 특히 C이 피해 회사와 오랜 기간 거래해왔고, 매출 실적이 있었으며, 공급받은 물품을 실제로 가공하여 판매한 점, 그리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기업회생 신청을 시도하고 결국 성공적으로 회생 절차를 종결한 점 등이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사기죄의 '기망'과 '편취의 범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기망'은 재산상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의미합니다. '편취의 범의'는 기망 행위 당시 피고인이 재물이나 이익을 편취할 의사, 즉 대금을 갚거나 의무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검사가 이를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사업 수행 과정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더라도, 거래 시점에 파산 가능성을 예견했음에도 이를 피할 수 있다고 믿고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기죄의 고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대법원 2001도202, 2015도18555, 2016도18432 판결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이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사기 고의가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의 증명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에 의해야 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8호의2 (공익채권): 이 조항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익채권은 회생담보권 및 회생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회생 절차에서 채권자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해 회사의 채권이 이러한 공익채권으로 보호받을 여지가 있었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로 고려되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의 요지 공시):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피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도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판결의 요지 공시가 함께 결정되었습니다.
사업 운영 중 자금난에 처하더라도, 물품 공급 계약 시점에 채무 이행 의지가 있었고 실제로 이행 노력을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사업이 어려워져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것만으로 사기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회생 가능한 경우, 공급받은 물품 대금이 '공익채권'으로 인정되어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8호의2는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계속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품 대금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합니다. 계속적인 거래 관계에서 자금 상황이 악화될 경우, 거래 상대방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신뢰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추후 법적 분쟁 발생 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고의는 매우 주관적인 요소이므로, 객관적인 증거(거래 내역, 매출 실적, 대금 지급 노력, 회생 계획 등)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