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2016년 12월 30일, 기침과 흉부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한 망인이 기관지 내시경 검사 중 좌측 기관지 조직검사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지혈 시도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같은 날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의료진이 시술 전 검사를 소홀히 하고, 조직검사 시 과실이 있었으며, 출혈 발생 후 대처가 미흡했고, 시술 전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F은 2016년 12월 30일 아침, 기침과 우측 흉부 통증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흉부 X선 및 CT 검사 결과 우측 폐에서 결핵, 감염, 종양 의심 병변이, 좌측 폐에서 기관지 확장증, 무기폐 등이 관찰되었습니다. 피고 E 의사는 망인에게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권유했고, 망인은 동의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5시 10분, 의사 E은 망인에게 미다졸람을 주사하여 마취를 한 후 기관지 내시경 시술을 시행했습니다. 약 15분 후인 5시 25분경, 좌측 기관지에서 융기성 점막이 발견되어 조직검사를 위해 포셉으로 점막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의사 E은 출혈 부위에 에피네프린을 도포했으나 지혈되지 않자 마스크 배깅을 하며 망인을 피고 병원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당시 망인의 산소포화도는 85%였습니다. 오후 5시 34분 중환자실에 도착한 망인은 의료진의 기도삽관 시도가 있었으나 대량 출혈로 인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5시 46분경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튜브 내강 안으로 혈액이 차올라 기존 장치를 제거한 후 다시 삽관을 시행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편, 피고 병원 의료진은 오후 5시 40분경 색전술 등을 위해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의뢰했고, H병원으로 전원이 가능하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망인은 오후 7시경 피고 병원을 떠나 7시 30분경 H병원에 도착했으나, 같은 날 오후 11시 9분경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의사 E이 시술 전 적절한 검사를 하지 않았고, 조직검사 시 혈관 파열을 유발했으며, 출혈 후 기도 확보 등 응급조치가 지연되었고, 시술의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의료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손해배상금 총 2억 4천만 원 가량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사 E에게 시술 전, 시술 중, 시술 후 어떠한 의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망인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료과실과 주의의무: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5795 판결,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등: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의사가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되면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는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의사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른 재량 범위 내에 속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사 E이 시술 전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 특정 검사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것, 조직검사 전 혈관성 병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 그리고 출혈 발생 후 기도삽관을 위해 중환자실로 이동시킨 것 등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의사가 시술 전후에 취한 조치들이 의료행위의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의료행위 결과에 따른 과실 추정의 한계: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등: 의료행위로 인해 후유장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면, 해당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기관지 내시경 시술의 합병증으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빈도는 0.12~7.5%에 이른다는 점, 만성 염증성 질환에 의한 비정상 혈관도 조직검사 시 혈관이 아닌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출혈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 E에게 과실이 있다고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전에 그 의료행위의 내용, 필요성, 위험성, 다른 치료 방법, 그리고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사 E이 망인에게 시술의 합병증으로 대량 출혈이나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고, 망인이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좌측 폐에 대한 시술 가능성 설명 여부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주된 병변 이외의 다른 폐에도 시술이 시행될 수 있고, 망인의 좌측 폐에도 병변이 발견되었으므로 설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료행위는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모든 의료행위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정 의료행위로 인해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그것이 곧 의료과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충분한 설명과 동의의 중요성: 의료 시술 전에는 시술의 필요성, 방법, 예상되는 결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위험성, 그리고 다른 대체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시술 전 반드시 명확히 질문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의료기록의 확인: 의료 분쟁 발생 시 환자의 의료기록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시술 전후의 기록, 검사 결과, 의료진의 처치 내용, 동의서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실 입증의 어려움: 의료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가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부적절했거나, 의사가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객관적인 증거와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과실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응급상황 대처의 적절성: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진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당시의 상황, 환자의 상태, 병원의 시설 및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시간이 지연되었다는 것만으로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