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가 어릴 적 친부인 피고로부터 성폭력을 당해 과거 합의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어 뒤늦게 진단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적 후유증에 대해 추가적인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과거 합의 당시 예측하기 어려웠던 중대한 손해가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에게 3천만 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어릴 적 친부인 피고로부터 성폭력을 당해 2001년 형사사건 1심 과정에서 당시 미성년자였던 원고의 모친이 피고와 3천만 원에 합의하고 고소를 취소했습니다. 합의서에는 '합의서 작성일 이후 3천만 원 외 어떠한 명목으로도 더 이상 금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성인이 된 2020년 2월경, 피고의 성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기존 합의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후발적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억 원을 피고에게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고,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맞섰습니다.
기존에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대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중대한 정신적 손해(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발현된 경우 추가적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이러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되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어릴 적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후발 손해를 입었으며, 이러한 손해가 합의금액 3천만 원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정도의 중대한 손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는 원고의 손해가 합의 당시 예측 불가능한 손해였고, 원고가 성인이 된 시점만으로는 후발 손해를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3천만 원 및 이에 대해 2020년 10월 22일부터 2021년 11월 2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법원은 어릴 적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뒤늦게 정신적 질환으로 발현된 경우, 과거 합의가 있었더라도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소멸시효 또한 피해자가 손해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부터 진행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피해자의 추가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건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합의의 효력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추가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2001다9496 등)는 예외적으로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합의 당시 예측 불가능한 후발 손해가 발생했으며, 만약 당사자가 후발 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 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만큼 손해가 중대한 경우에는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에게 뒤늦게 발현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중대한 후발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 등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하며, 손해 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2019다297137 등)는 성범죄 피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이 뒤늦게 나타나거나 악화되는 정신적 질환의 경우, 피해자가 전문가의 진단을 받기 전에는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동이었을 때 피해를 당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에 있었던 경우 그 인지적 심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피해 당시나 성인이 된 시점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기각했습니다.
어릴 적 당한 학대나 성폭력 등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는 즉시 발현되지 않고 성인이 된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뒤늦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과거에 불법행위에 대해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합의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중대한 후발 손해가 인정되면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작성된 합의서에 모든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있더라도, 예상치 못한 중대한 정신적 피해가 나중에 밝혀진 경우, 그 합의의 효력이 후발적 손해에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나 아동학대 피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부터 진행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 피해였거나 가해자가 보호자였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는, 피해자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자신의 정신적 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될 수 있어 소멸시효가 쉽게 완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신과 진료기록, 심리검사 결과, 감정의사의 소견 등은 후발적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관련 자료를 잘 보존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울증 등 다른 정신과적 치료 이력이 있더라도, 외상 관련 증상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없었다면 그것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