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피고인은 취업을 위해 온라인에 이력서를 올려두었다가, 자신을 여행사의 'F 실장'이라고 사칭한 성명불상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성명불상자는 피고인이 '투어 고객의 귀국 전 남아있는 현지 통화를 환전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이며, 이는 태블릿 PC를 이용한 재택근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다는 말과 실제 존재하는 여행사 웹사이트를 확인하고 취업이 되었다고 믿었습니다. 이후 성명불상자는 태블릿 PC 사용을 위해 G호텔에서 G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며, 보증금을 회사가 대납하지만 피고인 명의로 납부되어야 하므로 피고인의 체크카드를 받아 회삿돈을 입금한 뒤 출금하여 지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G카드 발급 신청이 완료되면 2차 방문하여 태블릿 PC를 지급하고 체크카드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피고인은 이를 취업 절차의 일부로 생각하여 2020년 3월 27일 오후 2시경 안산시 중앙역 1번 출구 앞에서 자신의 B은행 체크카드 1장을 성명불상자가 보낸 사람에게 직접 건네주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양도 행위로 보아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A는 구직 중 'E' 여행사 'F 실장'을 사칭한 성명불상자로부터 취업 제안을 받았습니다. 업무 처리를 위한 절차라고 믿고, G카드 발급 보증금 납부를 위해 피고인 명의의 계좌에 회사 돈을 입금한 후 출금해야 한다는 말에 속아 자신의 체크카드를 성명불상자가 보낸 사람에게 직접 건네주었습니다. 성명불상자는 추후 태블릿 PC를 지급하며 체크카드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는 거짓이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접근매체인 체크카드를 양도했다는 혐의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취업 사기에 속아 자신의 체크카드를 건넨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양도'의 의미를 접근매체의 소유권 또는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일시적으로 빌려주거나 사용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가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재판부는 피고인이 취업 사기에 속아 체크카드를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체크카드의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성명불상자에게 확정적으로 이전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보증금 입출금을 위한 용도에 한정하여 체크카드를 일시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일이 끝나는 즉시 이를 회수할 의사로 건네주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접근매체의 확정적 양도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이 법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타인에게 체크카드, 통장, 비밀번호 등 금융 거래에 사용되는 수단을 넘겨주는 것을 규제합니다.
접근매체 '양도'에 대한 법리: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도16167 판결 등)에 따르면,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처벌하는 '접근매체의 양도'는 접근매체의 소유권 또는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접근매체를 빌려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는 규정으로,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체크카드 전달 행위가 '접근매체의 양도'라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취업을 위한 일시적인 절차라고 믿고 체크카드를 건넨 것이므로, 카드에 대한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영구적으로 넘기려는 '양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만약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체크카드, 통장, OTP 등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요구받는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금융거래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 판례에서 보듯이 법원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도'는 단순히 빌려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을 넘어, 접근매체의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타인에게 완전히 넘겨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만약 사기 등의 피해로 인해 일시적으로 접근매체를 건네준 경우라도, 그것이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면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자체가 보이스피싱이나 금융 사기의 흔한 수법이므로, 어떠한 경우라도 개인 금융 정보를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의심스러운 요구는 즉시 거절하고 관계 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