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 C이 피고들이 운영하는 산부인과에서 원고 A을 출산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기도삽관 관련 부주의로 원고 A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심각한 후유장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분만 유도 지연 및 태아 심박동수 관찰 소홀, 설명의무 위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신생아 기도삽관 후 튜브의 위치를 적절히 조절하고 확인하지 않아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과실은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과실이 원고 A의 뇌손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고 판단하여 의료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되, 신생아 기도삽관의 난이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원고 A에게 약 5억 6백만 원, 원고 B, C 부모에게는 각 7백5십만 원의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 C은 2016년 2월 18일 피고들이 공동 운영하는 H산부인과의원에 입원하여 다음날 유도분만을 통해 원고 A을 출산했습니다. 원고 A은 출생 직후 자발호흡이 없어 중증 가사 상태에 있었고, 의료진은 기도삽관 및 양압환기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원고 A은 J병원으로 전원되었는데, 전원 병원에서 기도삽관된 튜브의 위치가 너무 깊어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음이 확인되었고, 튜브 위치 조절 후 산소포화도가 68%에서 98%로 급격히 호전되었습니다. 현재 원고 A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이 혼미하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심각한 후유장해 상태에 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분만 전 태아 상태 관찰 소홀, 분만 중 태아 심박동수 관찰 소홀, 기도삽관 부주의, 위험성 설명의무 위반 등 의료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산부인과 의료진이 분만 전 태아 경과 관찰 및 분만 중 태아 심박동수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신생아 기도삽관 시 튜브 크기 및 위치 조절 등 적절한 환기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분만 과정의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이러한 의료진의 과실과 신생아의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및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의료진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 A에게 506,666,892원, 원고 B, C에게 각 7,5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사고일인 2016. 2. 19.부터 판결 선고일인 2019. 1. 1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2/3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산부인과 의료진이 신생아에게 기도삽관을 시행한 후 튜브의 위치를 적절히 확인하고 조절하지 않아 발생한 환기 부적절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에 대해 의료 과실을 인정한 사례입니다. 총 손해액은 약 23억 8천만 원으로 산정되었으나, 신생아 기도삽관의 난이도, 사고 이전 신생아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생아 A에게는 재산상 손해액과 위자료를 합한 약 5억 6백만 원, 부모에게는 각 75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 의사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하되,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됩니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신생아 기도삽관 후 튜브 위치 조절 및 확인을 소홀히 하여 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설명의무(환자의 자기결정권): 의사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이나 합병증의 가능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왕절개수술이 아닌 질식분만은 가장 자연스럽고 원칙적인 분만 방법이므로, 의사가 질식분만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72410 판결 등 참조),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참조). 본 사례에서는 분만 유도, 태변 흡입 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사고 인과관계의 추정 및 증명책임 완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므로, 환자 측이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예컨대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증명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이 완화됩니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원고 A에게 선천성 기형이나 질환이 없었고, 튜브 위치 조절 후 상태가 즉시 호전된 점 등을 들어 의료진 과실과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었습니다.
책임의 제한(과실상계 유추 적용): 가해행위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 그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당해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시키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671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신생아 기도삽관의 난이도, 사고 전 원고 A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이 20%로 제한되었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 손해배상의 범위는 크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로 나뉩니다. 재산상 손해에는 일실수입(사고로 인해 상실된 미래 소득), 기왕 및 향후 치료비, 보조구 비용, 개호비(간병비) 등이 포함됩니다. 일실수입은 피해자의 노동능력상실률, 소득, 가동연한 등을 고려하여 산정되며, 개호비는 피해자의 후유장해 정도와 개호의 필요성 및 정도를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판단합니다. 위자료는 사고의 경위, 과실 정도, 피해자의 나이, 상해와 후유장해의 부위 및 정도, 당사자들의 관계 등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의료 기록의 중요성: 모든 진료, 검사, 처치 내역은 의료 기록으로 남겨지므로, 나중에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본 사례에서도 의료 기록 감정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태아 감시 및 신생아 소생술의 전문성: 특히 유도분만 시에는 태아 심박동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며, 신생아에 대한 기도삽관은 성인에 비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어려운 시술입니다. 튜브의 크기나 깊이, 그리고 삽관 후 정확한 위치 확인이 매우 중요하며, 시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수적입니다.
환자 상태의 지속적 관찰: 신생아의 상태 변화는 급격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시술 전후로 환자의 산소포화도, 심박수, 피부색 등 생체 징후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과 완화: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은 어렵지만, 특정 상황(의료행위 외 다른 원인 개입 불가 등)에서는 환자 측의 증명 부담이 완화되어 인과관계가 추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기도삽관 튜브 위치 조절 후 상태가 즉시 호전된 점이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책임 제한의 가능성: 의료 사고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환자 측 요인(선천적 소인, 질병 위험도 등)이나 의료행위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책임 비율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