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이 사건은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인 피고 B가 실질적 운영자인 C에게 회사 업무 일체를 맡겨 C가 원고 A를 속여 근저당권을 말소시키고 재산상 이득을 취한 불법행위에 대해, 피고 B에게 상법상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대표이사로서의 임무를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해태했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피고 B의 관여 정도, 이득 여부, 피해 발생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했습니다. 제1심 판결과 동일하게 피고 B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고 A에게 30,000,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B는 C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이 사건 회사의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습니다. 피고 B는 C와 사실혼 또는 연인 관계로,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C에게 자신의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건네주며 회사 업무 일체를 위임했습니다. C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원고 A에게 돈을 빌리면서 회사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이후 원고 A를 속여 이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말소하게 한 다음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했습니다. C는 이 사기 행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가 대표이사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자신의 손해 발생에 원인이 되었다며 피고 B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 B는 자신이 명의상 대표이사에 불과하며 원고 A도 이를 알았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운영에 참여하지 않고 타인에게 모든 업무를 위임하여 그 타인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명의상 대표이사가 상법상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 여부가 쟁점입니다. 또한, 이 경우 명의상 대표이사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는지, 그리고 명의대여 사실을 원고가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상법 제39조 등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과 같이 피고 B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C에게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자신의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아 C의 원고 A에 대한 불법행위가 이루어지도록 방임한 것은, 상법 제401조 제1항에 따른 대표이사로서의 임무를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해태한 것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있고, 원고 A의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 B가 C의 부탁으로 인감 등을 제공했을 뿐 직접적인 이득을 얻거나 사기 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없고, 사기 당시 건강 문제로 개입이 어려웠던 점, 원고 A도 피고 B가 명의상 대표이사임을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 B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는 원고 A에게 175,812,077원 중 원고가 일부 청구한 30,000,100원과 이에 대하여 2015년 5월 21일부터 2018년 1월 1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B가 명의상 대표이사로서의 임무를 중대하게 해태했음을 인정하여 원고 A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유지하되,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그 책임을 30%로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피고 B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상법 제401조 제1항은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회사의 이사가 고의나 아주 큰 실수로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이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을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B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업무집행을 총괄 지휘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음에도, 사실혼 관계에 있는 C에게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자신의 업무 집행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 C가 원고 A를 속여 재산상 이득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도록 방치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피고 B의 방임 행위를 대표이사로서의 임무를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해태한 것으로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대표이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다해 회사를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회사 업무 전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타인에게 회사 업무 일체를 맡기고 자신의 업무 집행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아 부정행위를 간과했다면 이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상법 제39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사실과 상위한 사항을 등기한 자는 그 상위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법인 등기에 실제와 다른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때, 그 사실을 모르고 등기를 믿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피고 B는 원고 A가 자신이 명의대여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상법 제39조에 따라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가 등기가 사실과 다름을 몰랐던 사람에게만 보호가 적용되는 것이지, 실제 등기된 사실(대표이사로 등재) 자체를 아는 사람에게 책임을 회피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아 피고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에 따라 이사의 임무 해태 경위, 위반 행위의 형태, 손해 발생 및 확대 기여 정도, 이사가 얻은 이득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는 책임 제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명의를 빌려주는 것은 실질적인 운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면 회사 운영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단순히 명의만 빌려주고 방치하는 것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해태한 것으로 간주되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 대표이사의 업무 해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해당 대표이사에게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때 대표이사의 책임이 100% 인정되지 않고, 사건 경위, 대표이사의 관여 정도, 얻은 이득, 피해자의 과실 등을 고려하여 책임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