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공무방해/뇌물 · 금융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할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여 전달하는 행위에 가담하여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업무방해 혐의를 포함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계좌 개설 과정에서 제출된 허위 정보를 충분히 심사하지 않았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제시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 법원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B, C, Z 등과 공모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이 불법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여러 금융기관에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도록 지시했습니다. B 등은 2021년 9월 27일부터 2021년 11월 23일까지 각 금융기관에 법인 계좌 개설을 신청하면서, 금융거래 목적을 '상거래 대금 수령' 등으로 허위 기재하고, 타인으로부터 통장 대여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허위 내용을 기재한 금융거래목적확인서 등을 제출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 A는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혐의와 함께,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되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이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업무방해죄 성립 법리에 오해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재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여 넘기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에 허위 정보를 제출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심사 담당자가 신청서의 허위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믿어 계좌를 개설해 준 경우,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므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 2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각 피고사건 부분 및 제3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에 대한 위 각 무죄 부분의 판결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판결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여 법인 계좌를 개설해 준 행위에 대해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공전자기록불실기재 등의 책임을 엄중히 물으면서도, 금융기관의 업무방해죄 성립에 대한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금융기관이 계좌 개설 심사 시 제출된 서류나 진술의 진실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 사실을 그대로 믿고 업무를 처리했다면, 신청인의 허위 기재 행위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판례입니다. 이는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심사 책임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방조)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사기죄)를 돕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행위를 도운 것으로 인정되어 이 법령이 적용되었습니다.
2. 전자금융거래법 제40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3호 (접근매체 전달 금지 위반) 누구든지 금융거래를 위한 접근매체(예: 통장, 체크카드, 공인인증서, OTP 등)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받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전달한 행위에 이 법령이 적용되었습니다.
3. 형법 제228조 제1항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제229조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공무원 또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거나, 이를 행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계좌 개설 서류에 허위로 금융거래 목적 등을 기재하고 이를 이용하여 계좌를 개설한 행위에 해당 법령이 적용되었습니다.
4.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법리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7151 판결 등) 대법원은 상대방이 신청을 받아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만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대해, 업무담당자가 신청서에 기재된 허위 사실이나 허위 소명자료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가볍게 믿고 수용했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러한 경우 신청인의 '위계'(속임수)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금융기관 직원이 계좌 개설 신청 시 제출된 금융거래 목적 등의 허위 답변만을 믿고 충분한 확인 절차 없이 계좌를 개설해 준 것은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타인의 부탁으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통장, 카드, OTP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사기방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여 양도하는 행위는 더욱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에 금융거래 목적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거짓 정보를 제출하여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공전자기록불실기재 및 행사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법인이 금융기관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에는 실제 금융거래 목적에 맞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금융기관 역시 계좌 개설 시 제출된 정보의 진실성을 철저히 확인하여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심사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