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퇴근길에 친구를 만난 나주당 씨는 친구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던 중 지갑을 도둑맞았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자던 나주당 씨의 핸드폰에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 내역이 문자메시지로 자꾸 들어오자 부인은 걱정이 되어 카드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미 범인은 나주당 씨의 계좌에서 도합 약 700만원의 현금을 빼갔습니다. 나주당 씨의 피해액은 어떻게 될까요? 나주당: 억울합니다. 카드를 도둑맞아 나도 모르게 계좌에서 인출된 금액을 왜 제가 전부 책임져야 하나요? 카드사: 비밀번호관리를 잘했어야죠. 본인의 비밀번호를 정확히 입력하고 현금을 인출해간 부분까지 저희가 보상해드리긴 어렵습니다. 나주당: 비밀번호가 누설된 경위는 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구요. 기억이 안 나는데, 저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구요!
- 주장 1
나주당 씨가 비밀번호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유출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카드사가 모든 책임을 진다.
- 주장 2
범인이 비밀번호를 단 1회의 오류도 없이 한 번에 입력해 현금을 인출한 점은 나주당 씨가 만취상태에서 무의식중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거나, 기타 나씨의 고의나 과실로 비밀번호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나주당 씨의 책임이다.
- 주장 3
나주당 씨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곧바로 카드거래를 정지시켰으므로, 카드사가 피해액을 보상한다.
정답 및 해설
범인이 비밀번호를 단 1회의 오류도 없이 한 번에 입력해 현금을 인출한 점은 나주당 씨가 만취상태에서 무의식중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거나, 기타 나씨의 고의나 과실로 비밀번호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나주당 씨의 책임이다.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의하면, 통상적으로 신용카드가 도난 분실 등으로 부정사용된 경우 일정한 예외(고의, 미서명, 관리소홀, 대여, 양도, 신고지연 등으로 인한 부정사용, 가족등에 의한 부정사용 등)를 제외하고, 분실신고전 60일 동안 이루어진 부정사용액에 대해 신용카드사에 보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표준약관 제20조 참조) 그러나, 현금서비스, 카드론, 전자상거래 등 비밀번호를 이용하는 거래의 경우 본인의 비밀번호가 입력되어 처리된 경우 도난, 분실 기타의 사고로 입은 손해를 카드사에게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신용카드 회원에게 비밀번호 유출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표준약관 제22조 참조. 표준약관은 카드회원에게 고의 과실이 없는 경우의 예시로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로 인하여 비밀번호를 누설한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위 사안과 유사한 사례에서 판례는 “신용카드를 분실·도난당하여 제3자가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한 경우에 신용카드 회원이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회원에게 신용카드의 분실·도난 및 비밀번호의 누설에 있어 아무런 과실이 없는 경우라야 하고, 이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회원에게 있다... 비밀번호가 누설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것에 불과한 사정만으로는 카드 회원이 신용카드 이용·관리 및 비밀번호 유출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증명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31970 판결). 따라서 위 사례에서 나주당 씨는 도난당한 신용카드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