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강제 수용되어 순화교육, 강제노역, 보호감호 처분 등 인권침해를 당했던 피해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당시 계엄포고가 위헌·무효이며, 이에 따른 국가의 일련의 작용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국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다른 보상금 수령이 위자료 청구를 막거나 공제할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1980년 5월 17일 전국적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악 일소를 명분으로 삼청계획 5호를 입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계엄사령관은 1980년 8월 4일 구 계엄법 제13조를 근거로 계엄포고 제13호를 발령했습니다. 이 계엄포고에 따라 군·경찰은 법관 발부 영장 없이 총 60,755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39,742명을 '삼청교육대'에 수용하여 순화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순화교육은 4주간 하루 16시간씩 육체훈련과 정신교육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교육 후 미순화자로 분류된 10,016명은 근로봉사대에 투입되어 주로 전술도로 보수, 진지 구축 등의 강제노역을 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시 가혹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후 구 사회보호법에 따라 7,578명에게 1년 내지 5년의 보호감호처분이 내려졌고, 이들은 군부대나 청송감호소에 계속 수용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삼청교육 등을 겪은 피해자들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2023년 2월 7일 관련 피해 사실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을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국가의 위법한 계엄포고 및 그에 따른 구금, 노역, 감호 처분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삼청교육대의 근거가 된 계엄포고 제13호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위헌·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계엄포고에 따른 원고들의 구금 및 교육, 노역, 보호감호 처분이 국가배상법상 위법한 직무행위로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민법상 단기소멸시효(3년)에 의해 소멸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일부 원고들이 수령한 삼청교육피해자 보상금이 위자료 산정 시 공제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원고 G의 선행판결이 이 사건 청구에 대한 기판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별지1 표에 기재된 각 인용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변론종결일인 2024. 10. 10.부터 2024. 12. 1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1980년 계엄포고 제13호가 유신헌법 및 구 계엄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영장주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삼청교육대에서 불법적으로 구금되어 순화교육을 받거나 강제노역에 투입되고 보호감호처분을 받은 일련의 국가작용은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위법한 행위로 판단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주장한 소멸시효 완성에 대해서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나 대법원의 계엄포고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일반인이 삼청교육이 불법행위임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들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일부 원고가 수령한 장애보상금은 신체적 손해에 대한 재산상 손해 배상이고 이 사건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므로, 서로 소송물이 달라 위자료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고 G의 선행판결은 청구원인(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위자료 액수 산정 시에는 원고들이 불법구금되어 겪은 가혹행위,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 조직적인 인권침해 행위의 재발 방지 필요성, 물가 및 화폐가치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불법행위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화폐가치가 크게 변동한 점을 고려해, 위자료 산정 기준시인 변론종결일(2024. 10. 10.)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계엄법 제13조: 계엄사령관이 계엄 목적상 군사상 필요할 때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유신헌법(제정 당시) 제8조(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제10조(신체의 자유 및 영장주의), 제12조(거주·이전의 자유): 이 헌법 조항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엄포고가 영장 없는 체포·구금,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등을 포함하여 이러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위헌·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현행 헌법 제10조(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제12조(신체의 자유 및 영장주의), 제14조(거주·이전의 자유)도 동일한 내용을 보장합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써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계엄포고에서 금지한 '난동, 소요 등 불법행동'이라는 규정이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는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엄포고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및 민법 제166조 제1항(소멸시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때를 의미하며, 국가의 조직적인 중대 인권침해 사건에서는 사회적 합의 형성이나 대법원의 판결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소멸시효 기산점을 유연하게 판단합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삼청교육이 불법행위임을 인식한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보아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기판력: 확정된 판결의 내용이 소송 당사자 및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으로, 동일한 내용의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없도록 합니다. 법원은 원고 G의 선행판결은 '정부의 약속 불이행으로 인한 신뢰상실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이었고, 이 사건은 '불법 구금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이므로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하여 물가나 화폐가치가 크게 변동하고 위자료 액수가 현저히 증액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 불법행위 당시의 화폐가치로 보상하는 불합리를 막습니다.
유사한 인권침해 사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