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 주식회사 A와 주식회사 B는 피고 C 주식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웹사이트 관련 데이터가 저장된 클라우드 계정의 데이터 삭제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B가 최초 개설한 클라우드 계정을 D 회사가 피고와 이용계약을 맺고 사용하던 중, D의 요청으로 피고가 계정 내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자, 원고들은 피고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동의 없이 삭제하여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가 원고들과의 계약관계가 없고, D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삭제한 행위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B는 자신이 개설한 클라우드 계정에 원고 A의 신규 웹사이트 제작 관련 데이터를 저장했습니다. 이후 원고 B는 D와 애플리케이션 제작 용역계약을 맺었고, D는 피고 회사와 이 클라우드 계정에 대한 이용계약을 체결하여 2021년 3월 3일부터 요금을 지불하며 계정을 사용했습니다. D는 2021년 8월 23일 이 계정 이용을 종료하고 모든 데이터 삭제를 피고에게 요청했고, 피고는 2021년 8월 27일 D의 요청에 따라 계정 내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 A의 웹사이트 데이터도 함께 삭제되자, 원고들은 피고의 데이터 삭제 행위가 불법행위라며 원고 A에게 2억 원, 원고 B에게 1,5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삭제했으며, 백업 의무나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고들의 데이터를 삭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클라우드 계정의 실제 소유자 또는 이용 권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데이터 삭제 요청 시 계정 이용 계약 당사자 외의 데이터 소유자에게 동의를 받거나 통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클라우드 계정의 이용계약을 D와 체결했으므로, D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삭제한 것은 계약에 근거한 적법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데이터와 관련한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었으며, 피고가 이 사건 계정에 원고들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계정의 요금을 D가 부담하고 있었으므로, 계정의 소유 내지 이용권한은 D에게 이전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는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동의 없이 삭제한 것이 이 조항에서 말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계약 당사자인 D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삭제한 것이 계약에 근거한 적법한 행위라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계약의 당사자 및 계약상 의무 원칙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D와 클라우드 이용계약을 체결했으므로, 피고의 계약상 의무는 D에 대해서만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피고가 원고들에게 데이터 삭제에 대한 동의를 구하거나 통지할 계약상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약은 계약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미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클라우드 계정의 소유 및 이용 권한에 대한 판단도 핵심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최초 계정을 개설한 것은 원고 B였지만, 이후 D가 피고와 이용계약을 맺고 2021년 3월 3일부터 계정 요금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법원은 이 사건 계정의 소유 내지 이용 권한이 D에게 이전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요금 납부 주체 및 계약 당사자가 계정의 실질적인 관리 및 운영 권한을 가지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여러 당사자가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계정 소유권이 이전될 경우, 각 당사자 간에 데이터 관리, 백업, 삭제 권한 및 책임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해야 합니다.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데이터가 클라우드 계정에 보관될 경우, 해당 제3자가 데이터 삭제 시 통지를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명시적 합의를 계약서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클라우드 계정의 실제 이용료 납부 주체가 누구인지가 계정의 이용 권한 및 소유권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삭제하기 전에 중요한 데이터는 반드시 별도로 백업하여 보관해야 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데이터 백업 의무를 지는지는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서비스 이용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데이터 삭제 요청 시, 요청자가 계정 내 모든 데이터에 대한 완전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자의 데이터는 없는지 신중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