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 내부 갈등으로 인한 승려 징계의 유효성 분쟁

피고 종교단체의 제26대 총무원장이었던 원고 A과 그 집행부 관계자들이,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에 불복하여 총무원사를 점거하고 종단에 대한 비판적 활동을 벌이자, 피고 종교단체는 이들에게 멸빈 또는 제적 징계를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피고 종교단체의 징계처분이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전 제26대 총무원장): 피고 종교단체의 제26대 총무원장으로 재직하다 불신임 결의 후 멸빈 징계를 받은 승려입니다.
• 원고 C, E, G, I, K, M, O, Q, S, U, W, AB, AD (전 제26대 총무원 집행부 및 관계자들): 원고 A과 함께 제26대 총무원 집행부에 참여했던 승려들로, 불신임 결의 불복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멸빈 또는 제적 징계를 받았습니다.
• 피고 AF종교단체: AI를 종조로 하는 불교단체로,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무행정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원고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린 당사자입니다.

분쟁 상황

2017년 9월, 원고 A은 피고 종교단체의 제26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고, 나머지 원고들은 당시 집행부에서 종무행정을 담당했습니다. 2019년 3월 14일, 피고 종교단체의 입법기관인 AJ회는 원고 A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하였고, 3월 20일 원로회의가 이를 인준했습니다. 이후 6월 27일 제27대 총무원장 선거가 실시되어 새로운 총무원장이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원고 A을 비롯한 제26대 집행부는 불신임 사유의 부당함과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하며 이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약 10개월 동안 총무원사를 점거하면서 종무행정을 계속 수행하려 했습니다. 또한 종단 기관지, SNS 등을 통해 피고 및 제27대 집행부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하였습니다. 이에 피고 종교단체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원고들에게 '멸빈'(승적 삭제 및 사외로 추방) 또는 '제적'(승려 신분상의 일체 자격 박탈) 징계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징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각 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며 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원고 A은 불신임 결의 및 제27대 총무원장 선거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기각되어 2021년 5월 판결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 종교단체가 원고들에게 내린 멸빈 및 제적 징계처분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2. 징계처분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 제공 등 절차적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3. 원고들의 행위가 징계법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4. 원고들이 징계처분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종교단체의 징계처분이 유효하다는 의미입니다.

결론

법원은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징계처분의 절차적, 실체적 위법성이나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들이 총무원사 점거 및 비판적 활동을 벌인 것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불응으로 소명 기회 부족을 주장하기 어렵고, 형사 사건의 무혐의 처분이나 민사 소송의 승소 판결이 종교단체 내부 징계의 무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징계처분 무효 확인 및 위자료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헌법상 종교의 자유 및 정교분리 원칙: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와 종교의 기능을 엄격히 분리하므로,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은 그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2. 종교단체 내부 결정에 대한 사법심사의 한계: 법원은 종교단체 내부 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실체적인 심리판단을 하지 않아 해당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합니다. 다만,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거나,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해 징계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판단 내용이 종교 교리 해석에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됩니다.
   • 적용: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 대한 징계처분은 승려로서의 지위와 사찰 점유·이용 권리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구체적인 권리, 법률관계에 관한 법률상 쟁송에 해당하여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종교단체 내부 결의나 처분의 무효 요건: 종교단체 내부 결의나 처분이 당연 무효로 판단되려면, 일반 단체의 결의나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만으로는 부족하고,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경우'와 같이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 합니다. 징계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거나 징계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징계는 유효합니다.
   • 적용: 법원은 원고들이 소환에 불응하고 구인에도 응하지 않았으며, 항소심에서도 심리 일정을 논의하는 등 충분한 소명 기회가 제공되었다고 보아 절차상 중대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의 총무원사 점거 및 비방 활동이 징계법상의 '불경행위', '승가의 위신을 크게 실추시킨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징계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4. 징계권자의 재량권: 피징계자에게 징계 사유가 있을 때 어떠한 처분을 할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징계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위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징계 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인정되는 사유만으로 징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충분하다면 위법하지 않습니다.
   • 적용: 법원은 원고 A에 대한 불신임 결의에도 불구하고 총무원사를 점거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종무 행정에 지장을 초래하고 종단 갈등을 심화시킨 원고들의 행위가 멸빈·제적 징계 사유에 해당하며, 이러한 판단이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할 정도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이와 유사한 종교단체 내부 분쟁 시에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종교단체의 내부 규율과 질서를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체의 헌법, 종법 등 내부 규정이 정한 절차와 의무를 따르는 것이 분쟁 발생 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2. 종교단체 내부 문제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는 제한적입니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법원은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므로, 내부 결의나 징계가 무효로 인정되려면 '매우 중대하여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정도의 하자가 있어야 합니다.
3. 징계 절차에 소명 기회가 제공되었다면 이에 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징계 대상자가 소환에 불응하거나 심리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4. 형사 사건에서의 무혐의 처분이나 민사 소송에서의 승소 판결이 반드시 종교단체 내부 징계의 무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종교단체의 징계 사유는 법률적 판단 기준과 다를 수 있으며, 내부 규율 위반에 대한 자율적 판단이 존중될 수 있습니다.
5. 종교단체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한 재정적 결정이나 재산 처분 시에는 반드시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절차(예: 회의 의결)를 거쳐야 합니다. 비록 외부 법원에서 형사적 책임을 면하거나 민사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내부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6. 연좌제는 헌법상 금지되지만, 특정 인물의 행위에 동조하여 단체 질서를 위반한 경우에는 연좌제가 아닌 개별 행위에 대한 징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총무원사 점거와 같은 행위는 개별적인 징계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