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지방법원 2025
원고 A회사는 피고 B씨의 요청으로 차량용 휴대폰 무선충전기 모듈을 개발하고 공급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모듈 샘플 개발 및 수정 공급 후 B씨는 추가적인 하자 통보 없이 테스트 진행 중이라고만 하다가 결국 다른 회사와 모듈 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회사는 이를 계약 불이행으로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A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전기 회로 및 전자 제품 제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 피고 B: 'I' 또는 'J'라는 상호로 핸드폰 주변기기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입니다. ### 분쟁 상황 피고 B는 기존 사용 모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C회사의 K 차장과 논의를 시작하여 피고가 요구하는 성능을 갖춘 모듈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원고 A회사는 2020년 8월 10일 피고 요구 성능의 모듈 개발에 성공했고 그 후 모듈 제작비 견적서를 피고에게 제공했습니다. 피고는 견적서 확인 후 샘플 150개와 본 제품 10,000개(5,000개씩 구분 공급)의 제작을 요청하는 발주서를 보내고 계약 당사자를 원고 A회사로 하여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0년 9월 16일 샘플 150개를 공급했으나 무선충전 인식 문제가 발견되어 전량 회수 후 수정된 샘플을 다시 공급했습니다. 피고는 수정 샘플을 받고 테스트 중이라고만 답하며 추가 하자를 구체적으로 보고하거나 수정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3월 25일 피고는 코로나 여파로 판매가 안 된다고 답변한 후 원고와 소통을 중단했습니다. 2021년 11월경 피고는 소비자로부터 발열 문제를 보고받았으나 원고에게 알리지 않고 2021년 12월경 다른 업체(Q)에 새로운 모듈 제작을 의뢰하여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이에 원고 A회사는 피고 B씨의 계약 불이행 및 이행 거절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 핵심 쟁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모듈 개발 및 공급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피고가 계약상 협력 의무를 위반하고 이행을 거절했다고 볼 수 있는지, 피고의 이행 거절이 정당화될 사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피고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배상의 범위는 얼마인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 법원의 판단 제1심 판결 중 피고에게 31,449,8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7월 28일부터 2025년 5월 21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2/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이 사건 공급계약이 샘플 및 본 제품 10,150개의 개발, 제작, 공급 계약임을 인정했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원고 A회사와 피고 B씨로 확정되었으며, 피고 B씨가 2021년 3월 25일 이후로 원고와의 협력 의무 이행을 거절하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행 거절의 의사를 종국적으로 표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의 이행 거절을 정당화할 만한 하자 존재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해지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원고가 본 제품 제작을 위해 지출한 부품 구입비 44,928,315원의 70%인 31,449,82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자유심증주의): 이 조항은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종합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사실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특히 손해배상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이 조항에 근거하여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가 입은 손해액을 이행이익 기준으로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법원이 원고의 부품 구입비용의 70%를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하는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계약 당사자 확정 및 의사 해석: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는 문제입니다. 법률행위의 내용, 동기, 경위,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6다238212 판결 참조). 본 사안에서 원고와 C회사가 공통 직원을 두었으나 최종 계약서에 원고가 당사자로 명시되었고 피고도 이에 동의했으므로 원고가 계약 당사자로 인정되었습니다. 계속적 계약의 해지: 계약이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인 경우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신뢰 관계가 파괴되고 계약 유지가 어려운 정도에 이르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지하여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17826 판결 참조). 본 사안의 모듈 개발 및 공급 계약은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 계속적 계약의 성격을 가지며 피고의 이행 거절로 인해 신뢰 관계가 파괴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해지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합니다. 다만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신뢰이익)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등 참조). 본 사안에서는 이행이익 산정이 어렵다고 보아 신뢰이익(부품 구입비)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 참고 사항 계약 당사자 명확화: 여러 관계사(예: 모회사, 자회사)가 얽혀 있는 경우 실제 계약의 법적 주체가 누구인지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고 당사자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개발 및 공급 계약의 단계별 이행 확인: 신제품 개발부터 대량 생산까지는 여러 단계(샘플 제작, 테스트, 수정, 본 제품 승인)를 거치므로 각 단계별로 이행 여부와 진행 상황을 서면(이메일, 공문 등)으로 명확히 기록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하자 통보 및 개선 요청의 구체화: 제품의 하자가 발견되면 단순히 '테스트 중'이라고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하자 내용, 발생 환경, 개선 요청 사항 등을 서면으로 명확히 전달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개선 노력을 했는지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협력 의무의 이행: 개발 과정에서 양 당사자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특히 개발 요청자는 개발 진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발자의 요청에 따라 개발 상황을 공유하는 등 구체적인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계약 해지 또는 이행 거절 의사의 명확화: 한쪽 당사자가 더 이상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를 상대방에게 명확히 통보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계약 해지 또는 이행 거절 의사를 표명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소통 중단이나 다른 업체와의 계약 체결은 계약 불이행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증거 확보: 계약이 불이행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해액을 정확히 입증하기 위해 관련 비용 지출 내역, 기대 이익 산정 자료 등을 미리 준비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수원고등법원 2024
A 주식회사는 B 주식회사에게 LCD 공급 계약에 따라 초과 지급된 물품대금 미화 472,526.7달러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청구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자신과 B 주식회사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고 이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B 주식회사는 A 주식회사가 아닌 C 주식회사와 LCD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A 주식회사와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A 주식회사와 B 주식회사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원고): 통신기기 및 장비 개발 회사로, 피고가 공급한 LCD에 부품을 부착하여 C 주식회사에 납품했습니다. - B 주식회사 (피고): 전자부품 도소매 회사로, 중국 회사로부터 LCD를 수입하여 C 주식회사의 공장에 공급했습니다. - C 주식회사: D 주식회사로부터 F 제품을 수주하고, 피고와 LCD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로부터 부품이 부착된 LCD를 납품받아 최종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 D 주식회사: C 주식회사에 F 제품을 수주한 회사입니다. - H: B 주식회사에 LCD를 공급하는 중국 회사입니다. ### 분쟁 상황 주식회사 C는 D 주식회사로부터 F 제품을 수주했습니다. C 주식회사는 피고인 B 주식회사와 D향 F 제품에 사용될 LCD의 사양, 공급 일정, 단가 및 결제 조건 등에 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C 주식회사의 요청에 따라 원고인 A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LCD 발주서를 송부했고, 피고는 H로부터 LCD를 수입하여 C 주식회사의 공장에 입고했습니다. 원고는 이 LCD에 MAIN PBA를 부착하여 C 주식회사에 납품했고, C 주식회사는 최종 제품을 완성하여 D 주식회사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LCD 단가 인상 문제가 발생했고, C 주식회사가 D 주식회사로부터 단가 인상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업 종료가 예상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4, 5차 발주와 관련하여 초과 지급된 물품대금 472,526.7달러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피고가 원고와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부인하면서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인 A 주식회사와 피고인 B 주식회사 사이에 직접적인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원고는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C 주식회사와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원고와의 계약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 소송에 소요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 근거합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공급 계약서와 같은 정식 문서가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둘째, 피고는 C 주식회사와 이미 정식 LCD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셋째, 원고가 피고에게 보낸 발주서는 C 주식회사가 원고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달라고 요청한 이메일 이후에 이루어졌으므로, 원고가 C 주식회사를 대신하여 발주서를 보낸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넷째, 원고 스스로 2021년 1월 5일 피고에게 ‘C를 의사소통을 위한 주 채널로 하고, 원고는 발주 및 입고 관련 서브 역할을 한다’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섯째, LCD 입고 확인이나 대금 지급이 원고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는 절차의 편의를 위한 것이거나 C 주식회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증명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단가 인상 협의 과정에서도 피고는 원고뿐만 아니라 C 주식회사와도 논의를 진행했으며, C 주식회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계약의 성립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요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1. **계약의 성립 (민법 제105조, 제527조, 제528조)**​: 계약은 당사자 간의 의사의 합치, 즉 청약과 승낙에 의해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발주서를 보낸 행위가 청약으로 볼 수 있을지라도, LCD의 사양, 단가, 결제 조건 등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당사자 간의 명확한 논의와 합의가 없었고, 오히려 C 주식회사가 피고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점, 원고가 C 주식회사를 대신하여 보조적인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 점 등이 고려되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직접적인 계약 성립이 부정되었습니다. 이는 계약을 주장하는 측이 계약의 유효한 성립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처분문서의 증명력**: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내용에 따라 법률행위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효력이 강력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C 주식회사와 정식 LCD 공급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그러한 문서가 없다는 점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3. **부당이득 반환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이 성립하려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여야 합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지급한 물품대금이 유효한 계약 관계가 해제됨으로써 법률상 원인을 상실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애초에 유효한 LCD 공급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전제가 되는 '법률상 원인'이 존재하지 않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 참고 사항 복잡한 거래 관계에서는 각 당사자 간의 계약 주체를 명확히 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발주서, 이메일 등 비정식 문서만으로 거래가 진행될 경우, 향후 분쟁 발생 시 계약 당사자와 조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편의를 위해 다른 당사자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거나 물품 입고를 확인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행위가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형성하는 증거로 오인되지 않도록 사전에 계약 주체와 역할을 분명히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사업의 주된 주체가 아닌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에도, 본인의 역할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조건 변경은 주된 계약 당사자 간에 직접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
D주택조합의 조합장 A와 업무대행사 대표 B는 주택조합원 모집을 위한 광고·홍보 대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주택조합이 재산이 없고 조합원 모집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광고비 집행을 위한 총회 의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광고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 F(광고대행사 대표)를 속여 약 7억 8천만 원 상당의 광고를 진행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기망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고, 검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피고인들에게 사기죄의 기망이나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서울 동작구 C 일원 재건축을 위한 D주택조합의 조합장입니다. - 피고인 B: D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인 주식회사 E의 대표입니다. - 피해자 F: 이 사건 광고·홍보 대행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H의 대표이사입니다. ### 분쟁 상황 D주택조합은 2009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나,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18년에 세대수 확장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했지만 승인되지 않았고, 신규 조합원 모집 신고도 하지 않아 법률상 신규 조합원 모집이 금지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주택조합에는 돈이 전혀 없었고, 광고비 집행을 위한 총회 의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24억 원 규모의 광고·홍보 대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해자는 이 계약에 따라 약 7억 8천만 원 상당의 광고를 진행했으나, 광고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자 피고인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게 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광고비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였다고 주장했습니다. ### 핵심 쟁점 피고인들이 D주택조합의 재정 상태, 법적 요건 미비 등을 알고 있었음에도 광고 대행 계약을 체결하여 광고비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피해자를 기망하고 광고비를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민사상 채무불이행과 형사상 사기죄의 기망 및 편취 고의를 구분하는 기준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고인들에게 사기죄에서 요구하는 기망행위나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한 것입니다. ### 결론 법원은 사기죄의 성립 요건인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원 모집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특성이 있으며, 피해자 또한 이러한 사업의 구조와 자금 상황의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계약금 없이 선투입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한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고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했고, 광고비 지급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계약상 채무불이행은 있을 수 있으나 형사상 사기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사기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속이는 행위)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로 인해 재산적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즉, 돈을 갚거나 의무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속여 재물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기망행위 및 인과관계 판단 기준: 어떠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광고대행업을 10여 건 이상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사업의 성패와 관련된 사기죄 판단: 피고인이 도모하는 사업의 성패나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단순히 피고인의 재력이나 신용 상태만을 가지고 기망행위나 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사업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및 관여 정도, 피해자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사업의 성공 가능성, 피해자의 경험과 직업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자금 조달 방식(조합원 모집을 통한 분담금으로 사업비 충당)과 피해자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고지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광고비를 지급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무죄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처분문서의 해석: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에 명시된 내용이 있더라도, 그 문언의 의미만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계약이 체결된 구체적인 경위와 당시의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기망행위와 편취 고의의 유무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에 광고비 지급 약정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이것이 곧바로 사기죄의 기망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 참고 사항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같이 자금 조달 방식이 조합원 모집에 크게 의존하는 사업의 광고 대행 계약 시에는 자금 지급 능력과 시기에 대한 충분한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지급 조건 외에 실제 업계 관행이나 이전 계약 사례를 통해 실제 자금 집행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의 경우, 계약금을 받거나 지급 조건을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협상하여 선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업 주체의 법적 인허가 진행 상황, 특히 조합원 모집과 관련된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상대방의 재정 상황이나 변제 능력에 대한 적극적인 허위 고지가 없었다면, 단순히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책임은 그 요건이 다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천지방법원 2025
원고 A회사는 피고 B씨의 요청으로 차량용 휴대폰 무선충전기 모듈을 개발하고 공급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모듈 샘플 개발 및 수정 공급 후 B씨는 추가적인 하자 통보 없이 테스트 진행 중이라고만 하다가 결국 다른 회사와 모듈 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회사는 이를 계약 불이행으로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A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전기 회로 및 전자 제품 제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 피고 B: 'I' 또는 'J'라는 상호로 핸드폰 주변기기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입니다. ### 분쟁 상황 피고 B는 기존 사용 모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C회사의 K 차장과 논의를 시작하여 피고가 요구하는 성능을 갖춘 모듈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원고 A회사는 2020년 8월 10일 피고 요구 성능의 모듈 개발에 성공했고 그 후 모듈 제작비 견적서를 피고에게 제공했습니다. 피고는 견적서 확인 후 샘플 150개와 본 제품 10,000개(5,000개씩 구분 공급)의 제작을 요청하는 발주서를 보내고 계약 당사자를 원고 A회사로 하여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0년 9월 16일 샘플 150개를 공급했으나 무선충전 인식 문제가 발견되어 전량 회수 후 수정된 샘플을 다시 공급했습니다. 피고는 수정 샘플을 받고 테스트 중이라고만 답하며 추가 하자를 구체적으로 보고하거나 수정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3월 25일 피고는 코로나 여파로 판매가 안 된다고 답변한 후 원고와 소통을 중단했습니다. 2021년 11월경 피고는 소비자로부터 발열 문제를 보고받았으나 원고에게 알리지 않고 2021년 12월경 다른 업체(Q)에 새로운 모듈 제작을 의뢰하여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이에 원고 A회사는 피고 B씨의 계약 불이행 및 이행 거절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 핵심 쟁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모듈 개발 및 공급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피고가 계약상 협력 의무를 위반하고 이행을 거절했다고 볼 수 있는지, 피고의 이행 거절이 정당화될 사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피고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배상의 범위는 얼마인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 법원의 판단 제1심 판결 중 피고에게 31,449,8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7월 28일부터 2025년 5월 21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2/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이 사건 공급계약이 샘플 및 본 제품 10,150개의 개발, 제작, 공급 계약임을 인정했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원고 A회사와 피고 B씨로 확정되었으며, 피고 B씨가 2021년 3월 25일 이후로 원고와의 협력 의무 이행을 거절하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행 거절의 의사를 종국적으로 표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의 이행 거절을 정당화할 만한 하자 존재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해지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원고가 본 제품 제작을 위해 지출한 부품 구입비 44,928,315원의 70%인 31,449,82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자유심증주의): 이 조항은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종합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사실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특히 손해배상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이 조항에 근거하여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가 입은 손해액을 이행이익 기준으로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법원이 원고의 부품 구입비용의 70%를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하는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계약 당사자 확정 및 의사 해석: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는 문제입니다. 법률행위의 내용, 동기, 경위,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6다238212 판결 참조). 본 사안에서 원고와 C회사가 공통 직원을 두었으나 최종 계약서에 원고가 당사자로 명시되었고 피고도 이에 동의했으므로 원고가 계약 당사자로 인정되었습니다. 계속적 계약의 해지: 계약이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인 경우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신뢰 관계가 파괴되고 계약 유지가 어려운 정도에 이르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지하여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17826 판결 참조). 본 사안의 모듈 개발 및 공급 계약은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 계속적 계약의 성격을 가지며 피고의 이행 거절로 인해 신뢰 관계가 파괴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해지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합니다. 다만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신뢰이익)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등 참조). 본 사안에서는 이행이익 산정이 어렵다고 보아 신뢰이익(부품 구입비)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 참고 사항 계약 당사자 명확화: 여러 관계사(예: 모회사, 자회사)가 얽혀 있는 경우 실제 계약의 법적 주체가 누구인지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고 당사자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개발 및 공급 계약의 단계별 이행 확인: 신제품 개발부터 대량 생산까지는 여러 단계(샘플 제작, 테스트, 수정, 본 제품 승인)를 거치므로 각 단계별로 이행 여부와 진행 상황을 서면(이메일, 공문 등)으로 명확히 기록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하자 통보 및 개선 요청의 구체화: 제품의 하자가 발견되면 단순히 '테스트 중'이라고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하자 내용, 발생 환경, 개선 요청 사항 등을 서면으로 명확히 전달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개선 노력을 했는지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협력 의무의 이행: 개발 과정에서 양 당사자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특히 개발 요청자는 개발 진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발자의 요청에 따라 개발 상황을 공유하는 등 구체적인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계약 해지 또는 이행 거절 의사의 명확화: 한쪽 당사자가 더 이상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를 상대방에게 명확히 통보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계약 해지 또는 이행 거절 의사를 표명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소통 중단이나 다른 업체와의 계약 체결은 계약 불이행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증거 확보: 계약이 불이행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해액을 정확히 입증하기 위해 관련 비용 지출 내역, 기대 이익 산정 자료 등을 미리 준비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수원고등법원 2024
A 주식회사는 B 주식회사에게 LCD 공급 계약에 따라 초과 지급된 물품대금 미화 472,526.7달러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청구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자신과 B 주식회사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고 이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B 주식회사는 A 주식회사가 아닌 C 주식회사와 LCD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A 주식회사와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A 주식회사와 B 주식회사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원고): 통신기기 및 장비 개발 회사로, 피고가 공급한 LCD에 부품을 부착하여 C 주식회사에 납품했습니다. - B 주식회사 (피고): 전자부품 도소매 회사로, 중국 회사로부터 LCD를 수입하여 C 주식회사의 공장에 공급했습니다. - C 주식회사: D 주식회사로부터 F 제품을 수주하고, 피고와 LCD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로부터 부품이 부착된 LCD를 납품받아 최종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 D 주식회사: C 주식회사에 F 제품을 수주한 회사입니다. - H: B 주식회사에 LCD를 공급하는 중국 회사입니다. ### 분쟁 상황 주식회사 C는 D 주식회사로부터 F 제품을 수주했습니다. C 주식회사는 피고인 B 주식회사와 D향 F 제품에 사용될 LCD의 사양, 공급 일정, 단가 및 결제 조건 등에 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C 주식회사의 요청에 따라 원고인 A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LCD 발주서를 송부했고, 피고는 H로부터 LCD를 수입하여 C 주식회사의 공장에 입고했습니다. 원고는 이 LCD에 MAIN PBA를 부착하여 C 주식회사에 납품했고, C 주식회사는 최종 제품을 완성하여 D 주식회사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LCD 단가 인상 문제가 발생했고, C 주식회사가 D 주식회사로부터 단가 인상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업 종료가 예상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4, 5차 발주와 관련하여 초과 지급된 물품대금 472,526.7달러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피고가 원고와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부인하면서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인 A 주식회사와 피고인 B 주식회사 사이에 직접적인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원고는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C 주식회사와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원고와의 계약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 소송에 소요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 근거합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공급 계약서와 같은 정식 문서가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둘째, 피고는 C 주식회사와 이미 정식 LCD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셋째, 원고가 피고에게 보낸 발주서는 C 주식회사가 원고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달라고 요청한 이메일 이후에 이루어졌으므로, 원고가 C 주식회사를 대신하여 발주서를 보낸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넷째, 원고 스스로 2021년 1월 5일 피고에게 ‘C를 의사소통을 위한 주 채널로 하고, 원고는 발주 및 입고 관련 서브 역할을 한다’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섯째, LCD 입고 확인이나 대금 지급이 원고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는 절차의 편의를 위한 것이거나 C 주식회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증명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단가 인상 협의 과정에서도 피고는 원고뿐만 아니라 C 주식회사와도 논의를 진행했으며, C 주식회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LCD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계약의 성립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요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1. **계약의 성립 (민법 제105조, 제527조, 제528조)**​: 계약은 당사자 간의 의사의 합치, 즉 청약과 승낙에 의해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발주서를 보낸 행위가 청약으로 볼 수 있을지라도, LCD의 사양, 단가, 결제 조건 등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당사자 간의 명확한 논의와 합의가 없었고, 오히려 C 주식회사가 피고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점, 원고가 C 주식회사를 대신하여 보조적인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 점 등이 고려되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직접적인 계약 성립이 부정되었습니다. 이는 계약을 주장하는 측이 계약의 유효한 성립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처분문서의 증명력**: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내용에 따라 법률행위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효력이 강력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C 주식회사와 정식 LCD 공급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그러한 문서가 없다는 점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3. **부당이득 반환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이 성립하려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여야 합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지급한 물품대금이 유효한 계약 관계가 해제됨으로써 법률상 원인을 상실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애초에 유효한 LCD 공급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전제가 되는 '법률상 원인'이 존재하지 않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 참고 사항 복잡한 거래 관계에서는 각 당사자 간의 계약 주체를 명확히 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발주서, 이메일 등 비정식 문서만으로 거래가 진행될 경우, 향후 분쟁 발생 시 계약 당사자와 조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편의를 위해 다른 당사자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거나 물품 입고를 확인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행위가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형성하는 증거로 오인되지 않도록 사전에 계약 주체와 역할을 분명히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사업의 주된 주체가 아닌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에도, 본인의 역할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조건 변경은 주된 계약 당사자 간에 직접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
D주택조합의 조합장 A와 업무대행사 대표 B는 주택조합원 모집을 위한 광고·홍보 대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주택조합이 재산이 없고 조합원 모집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광고비 집행을 위한 총회 의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광고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 F(광고대행사 대표)를 속여 약 7억 8천만 원 상당의 광고를 진행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기망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고, 검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피고인들에게 사기죄의 기망이나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서울 동작구 C 일원 재건축을 위한 D주택조합의 조합장입니다. - 피고인 B: D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인 주식회사 E의 대표입니다. - 피해자 F: 이 사건 광고·홍보 대행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H의 대표이사입니다. ### 분쟁 상황 D주택조합은 2009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나,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18년에 세대수 확장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했지만 승인되지 않았고, 신규 조합원 모집 신고도 하지 않아 법률상 신규 조합원 모집이 금지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주택조합에는 돈이 전혀 없었고, 광고비 집행을 위한 총회 의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24억 원 규모의 광고·홍보 대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해자는 이 계약에 따라 약 7억 8천만 원 상당의 광고를 진행했으나, 광고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자 피고인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게 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광고비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였다고 주장했습니다. ### 핵심 쟁점 피고인들이 D주택조합의 재정 상태, 법적 요건 미비 등을 알고 있었음에도 광고 대행 계약을 체결하여 광고비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피해자를 기망하고 광고비를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민사상 채무불이행과 형사상 사기죄의 기망 및 편취 고의를 구분하는 기준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고인들에게 사기죄에서 요구하는 기망행위나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한 것입니다. ### 결론 법원은 사기죄의 성립 요건인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원 모집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특성이 있으며, 피해자 또한 이러한 사업의 구조와 자금 상황의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계약금 없이 선투입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한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고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했고, 광고비 지급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계약상 채무불이행은 있을 수 있으나 형사상 사기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사기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속이는 행위)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로 인해 재산적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즉, 돈을 갚거나 의무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속여 재물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기망행위 및 인과관계 판단 기준: 어떠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광고대행업을 10여 건 이상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사업의 성패와 관련된 사기죄 판단: 피고인이 도모하는 사업의 성패나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단순히 피고인의 재력이나 신용 상태만을 가지고 기망행위나 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사업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및 관여 정도, 피해자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사업의 성공 가능성, 피해자의 경험과 직업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자금 조달 방식(조합원 모집을 통한 분담금으로 사업비 충당)과 피해자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고지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광고비를 지급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무죄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처분문서의 해석: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에 명시된 내용이 있더라도, 그 문언의 의미만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계약이 체결된 구체적인 경위와 당시의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기망행위와 편취 고의의 유무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에 광고비 지급 약정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이것이 곧바로 사기죄의 기망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 참고 사항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같이 자금 조달 방식이 조합원 모집에 크게 의존하는 사업의 광고 대행 계약 시에는 자금 지급 능력과 시기에 대한 충분한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지급 조건 외에 실제 업계 관행이나 이전 계약 사례를 통해 실제 자금 집행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의 경우, 계약금을 받거나 지급 조건을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협상하여 선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업 주체의 법적 인허가 진행 상황, 특히 조합원 모집과 관련된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상대방의 재정 상황이나 변제 능력에 대한 적극적인 허위 고지가 없었다면, 단순히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책임은 그 요건이 다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