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판매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 및 유일 부동산 매매 취소 사건

의료기기 판매권을 미끼로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사기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와, 사기 주범의 회사 대표가 유일한 자신의 부동산을 아들에게 매각한 행위에 대해 채권자들이 사해행위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사기 주범인 피고 C과 그의 회사 대표인 피고 D에게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각 6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피고 D과 그의 아들 피고 E 사이의 부동산 매매 계약이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101,149,033원의 한도 내에서 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E은 원고들에게 각 50,574,516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F'라는 상호로 의료기기 판매업을 운영하던 피해자들입니다.
• 피고 C: 'G' 회사의 사장이자 원고들에게 사기 행위를 저지른 장본인입니다.
• 피고 D: 'G' 회사의 명의상 대표자이며, 피고 C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채무자입니다. 또한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을 피고 E에게 매도하여 사해행위의 주체입니다.
• 피고 E: 피고 C의 아들이자 피고 D의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으로, 사해행위의 수익자로 지목되었습니다.
• G (주식회사 G): 피고 D이 대표로 있는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업체입니다.
• J 주식회사: 피고 D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던 채권자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 C은 2017년 5월 17일 원고들에게 의료용 기구멸균기와 공간소독기의 판매권을 부여해 줄 것처럼 거짓말하여, 원고들로부터 보증금으로 총 1억 2천만 원(A가 6천만 원, B가 6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피고 C은 이러한 물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결국 사기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G' 회사의 대표였던 피고 D은 2019년 3월 29일 자신에게 유일하게 있던 부동산을 아들인 피고 E에게 2억 5천만 원에 매도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피고 D의 행위가 자신들에게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한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해당 매매계약의 취소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은 크게 두 가지 쟁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피고 C의 사기 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누가, 어떻게 배상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특히 명의상 대표였던 피고 D의 사용자 책임 인정 여부가 중요했습니다. 둘째는 피고 D이 원고들에 대한 채무를 피하기 위해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아들인 피고 E에게 매도한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 사해행위가 인정될 경우 취소 및 원상회복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의 문제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C과 피고 D은 연대하여 원고 A와 B에게 각각 6천만 원과 이에 대해 피고 C은 2020년 6월 19일부터, 피고 D은 2020년 7월 20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2. 피고 D과 피고 E 사이에 2019년 3월 29일에 체결된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은 101,149,033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됩니다.
3. 피고 E은 원고 A와 B에게 각각 50,574,516원과 이에 대해 이 판결이 확정된 날의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4.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5.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합니다.

결론

결과적으로 법원은 의료기기 판매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사기 주범과 그가 대표로 있던 회사에 인정하고, 채무 회피를 위한 부동산 매매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아 일부 취소 및 가액배상을 명령함으로써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상당 부분 인용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 민법 제756조 제1항 (사용자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 D이 'G' 회사의 대표자로서 피고 C의 사기 행위로 인해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피고 D이 명의상 대표라고 주장했지만, 원고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사해행위 취소 및 가액배상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피고 D이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아들인 피고 E에게 매도한 행위는 원고들에 대한 채무 이행을 어렵게 만드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취소하고, 부동산의 원물 반환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당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피고 E이 변제한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가액배상을 명했습니다.
• 사해의사의 추정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경우 채무자의 사해의사(채권자를 해할 의사)는 추정되며, 이를 매수하거나 이전받은 자(수익자)의 악의(사해행위임을 알았다는 점)도 함께 추정됩니다. 수익자는 자신이 선의였음을 객관적인 증거로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피고 E은 이러한 입증에 실패하여 악의의 수익자로 인정되었습니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지연손해금률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C과 D의 손해배상금에 대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연 12%의 지연손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사해행위 취소에 따른 가액배상금은 판결 확정 시에 비로소 발생하므로, 확정일 다음 날부터 민법이 정한 연 5%의 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명의상 대표의 책임: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라 할지라도, 실제 운영자가 아니었음을 채권자가 알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법률상 대표이사로서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 유일한 재산 처분과 사해행위: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현금으로 바꾸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추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채무자의 채무 회피 의도(사해의사)도 함께 추정될 수 있습니다.
• 사해행위 수익자의 선의 입증: 사해행위로 지목된 거래에서 이익을 얻은 사람(수익자)은 자신이 해당 거래가 채무자의 채무 회피를 위한 것임을 몰랐다는 '선의'를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사정이나 추측만으로는 선의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사해행위 취소와 가액배상: 사해행위가 인정되어 취소될 경우, 원물(부동산 등)을 반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배상하는 '가액배상'이 이루어집니다. 이때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 채무를 매수인이 대신 변제했다면, 해당 변제액은 부동산 가액에서 공제된 후 남은 금액에 대해서만 가액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지연손해금의 적용 시점: 일반적인 손해배상 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높은 이율이 적용될 수 있지만, 사해행위 취소로 인한 가액배상금의 경우 형성판결이 확정될 때 비로소 지급 의무가 발생하므로 판결확정일 다음 날부터 민법상 법정 이율이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