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채무 변제를 둘러싼 신주인수권부사채금 청구 사건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주식회사 C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양수하였으나 만기일에 원리금을 변제받지 못하자, 피고 C와 피고 C의 대표이사 형이 설립한 피고 주식회사 B를 상대로 사채 원리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가 피고 C의 채무 면탈을 위해 법인격을 남용한 동일한 회사이거나, 피고 C가 피고 B에게 양도한 공장 매매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B에게도 책임을 물었으나, 법원은 피고 C에게만 사채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명하고, 피고 B에 대한 모든 청구는 기각하였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부실채권 매입, 운용, 처분업무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최종적으로 피고 C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채권자가 됨
• 피고 주식회사 C: 사출, 성형 개발 및 제작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채무자, 후에 폐업하고 해산 간주됨
• 피고 주식회사 B: 사출, 성형 개발 및 제작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피고 C의 H리 공장을 양수한 회사이며, 피고 C의 전 대표이사의 형이 대표이사로 있음

분쟁 상황

피고 C는 2008년 권면총액 2,500,000,000원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고, 이 사채는 여러 차례 양도되어 최종적으로 원고 주식회사 A가 2018년 12월 18일 인수하였습니다. 사채의 만기일은 2015년 6월 30일이었으나 피고 C는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피고 C는 2010년 2월 10일 피고 B에게 H리 공장과 기계 등 핵심 자산을 2,150,000,000원에 양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피고 C는 2011년 3월 24일 폐업하여 2015년 12월 1일 해산 간주되었고, 2018년 12월 3일 청산종결 간주되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C가 사채 원리금을 변제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하면서, 피고 B이 피고 C의 대표이사의 형이 설립한 회사이고 피고 C의 자산을 양수하는 등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서 채무 면탈을 위해 법인격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는 매매계약이 실질적인 대가 없이 체결된 통정허위표시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피고 B에게도 채무 변제를 요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C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변제하지 않은 채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과 그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입니다. 또한 피고 C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피고 B이 피고 C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서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는지, 또는 피고 C가 피고 B에게 공장을 양도한 매매계약이 실질적인 대가 없이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체결된 통정허위표시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 주식회사 C는 원고에게 500,000,000원과 이에 대한 2015년 7월 1일부터 2019년 8월 20일까지는 연 7.7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2.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한 주위적 청구(법인격 남용)와 예비적 청구(통정허위표시)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C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피고 주식회사 C가,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B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가 각 부담합니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C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원금 50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채 원금의 소멸시효는 상법에 따라 10년이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피고 B이 피고 C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법인격을 남용한 회사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 C와 피고 B 사이의 H리 공장 매매계약도 실질적인 대가 지급이 이루어졌으므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 B에 대한 원고의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상법 제487조 제1항 (사채 소멸시효)​: 사채의 원금 상환을 청구할 권리는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사채 만기일 다음 날인 2015년 7월 1일부터 소송이 제기된 2019년 6월 20일까지 10년이 경과하지 않았으므로, 피고 C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상법 제487조 제3항 (이자 소멸시효)​: 사채의 이자 청구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에서 이자가 아닌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으므로, 이 조항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법인격 부인론: 기존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신설 회사를 설립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존 회사의 채권자는 신설 회사에 대해서도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판단할 때 기존 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 상태, 신설 회사의 설립 시점, 자산 유용 여부, 정당한 대가 지급 여부 등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C와 피고 B 사이에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4. 통정허위표시 (민법 제108조)​: 상대방과 서로 짜고 한 거짓 의사표시는 무효입니다. 채무를 피하기 위해 실제 거래 없이 재산을 이전하는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H리 공장 매매 계약이 대가 지급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통정허위표시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금전채무의 이행을 지체할 경우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정하는 법률로, 이 사건에서 2019년 8월 2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적용된 연 12%의 지연손해금 이율의 근거가 됩니다.

참고 사항

1. 법인격 부인론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단순히 친족 관계의 임원 구성이나 유사한 사업 목적, 일부 직원의 이동, 자산 양도만으로는 기존 회사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법인격 남용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기존 회사의 경영 상태, 신설 회사의 설립 시점, 자산의 유용 여부 및 정도, 자산 양도 대가의 정당성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2. 통정허위표시 주장은 매매계약 등이 실질적인 대가 없이 채무자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체결되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B이 매매대금 중 상당 부분을 피고 C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방식으로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어 통정허위표시가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계약 대가의 실제 지급 여부와 그 방식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사채 원금에 대한 소멸시효는 상법에 따라 10년이며, 이자는 5년입니다. 그러나 이자 대신 청구하는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원금 채권과 함께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채권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어떤 채권을 청구하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