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주식회사 A는 파산하여 해산된 C 주식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C 회사가 사채를 갚지 못하자 A는 C 회사의 특허권 등을 양도받은 주식회사 B를 상대로 사채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A는 B 회사가 C 회사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이므로 C 회사의 빚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한 C 회사가 B 회사에 특허권 등을 넘긴 것은 허위 거래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파산종결로 C 회사의 파산관재인에 대한 소송은 각하했고, B 회사가 C 회사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는 증거가 부족하며, 특허권 양도가 허위 거래라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C 주식회사는 2006년 7월 3일 권면총액 1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이 사채는 2018년 12월 18일경 원고 주식회사 A에게 최종적으로 양도되었습니다. 이 사채의 만기일은 2011년 7월 12일이었으나 C은 이를 갚지 못했습니다. 2009년 2월 25일 피고 주식회사 B이 설립되었는데, C의 대표이사 E의 처남 I와 장인 J이 B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습니다. C은 2009년 5월 7일 피고 B에게 여러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양도했으며, 이때 B는 C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C은 2010년 8월 31일 폐업하고 2014년 12월 2일 해산간주되었으며, 2017년 10월 18일 파산 선고를 받은 후 2018년 4월 11일 파산 종결 결정이 있었습니다. 원고 A는 B가 C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므로 B가 C의 빚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특허권 등 양도가 허위 거래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A의 파산자 C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D에 대한 소송이 적법한지 여부, 피고 B이 C 주식회사의 채무를 면하려 설립된 회사로서 법인격이 부인되어 C의 채무를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 C 주식회사가 피고 B에 특허권 및 디자인권을 양도한 것이 허위 거래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파산자 C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D에 대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또한, 원고 A의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한 주위적 청구(회사제도 남용 주장)와 예비적 청구(특허권 양도의 통정허위표시 주장)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모두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파산종결 결정이 공고되면 법인의 법인격이 소멸하므로, C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D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각하했습니다. 피고 B에 대한 주위적 청구에 대해서는, 비록 C과 B의 사업 목적이 유사하고 C 대표이사의 가족이 B 설립 및 운영에 관여했으나, B의 본점 소재지가 C과 달랐고 설립 자금도 외부에서 조달되었으며 주주 구성 및 직원이 C과 실질적으로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B이 C의 채무 회피를 위해 설립된 동일한 회사라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특허권 등의 가치가 수억 원에 달한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단순히 가족관계이거나 대가를 받지 않고 양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통정허위표시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회사제도 남용 (법인격 부인론) 기존 회사가 자신의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해 다른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두 회사의 형태와 내용이 실제로는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하다면, 새로운 회사를 만든 행위는 회사라는 제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 기존 회사의 채권자는 두 회사 중 어느 한쪽에게라도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채무를 피할 목적으로 회사를 만들었는지를 판단할 때, 기존 회사가 사업을 접을 당시의 경영 상황, 자산 상태, 새 회사를 만든 시기, 기존 회사의 자산이 새 회사로 얼마나 넘어갔는지, 그리고 그 자산이 넘어갈 때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는지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등).
2. 통정허위표시의 무효 (민법 제108조) 민법 제108조는 '상대방과 짜고 한 거짓된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규정합니다. 이는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하여 진심이 아닌 의사표시를 한 경우, 그 법률 행위는 효력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허권 등의 양도가 실제로는 양도 의사 없이 겉으로만 양도한 것처럼 꾸민 것이었음을 원고가 입증해야 했습니다.
3. 파산 절차의 종료와 법인격 소멸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 파산 재산의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있지만, 파산 종결 결정이 공고되면 파산 재산의 관리처분권은 채무자에게 돌아옵니다. 더욱이 법인에 대한 파산 절차가 파산 종결 등으로 끝나면, 특별히 회사 소유의 남아있는 자산이 있어서 청산할 필요가 있는 등의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법인의 법인격은 사라집니다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9다카2483 판결 등). 법인격이 소멸한 회사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파산 절차를 거쳐 파산 종결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회사의 법인격은 소멸하므로 해당 회사나 그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부적법하다고 각하될 수 있습니다. 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다른 회사를 설립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했다고 주장하려면, 단순히 두 회사의 사업 목적이 동일하거나 특정 가족이 양쪽 회사 운영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 회사의 본점 위치, 자본금 출처, 주주 구성, 실제 경영진, 직원 구성, 유형 자산의 이전 여부 등 실질적인 동일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특허권이나 디자인권과 같은 무형 자산의 양도가 허위 거래(통정허위표시)라고 주장하려면, 해당 자산의 객관적인 경제적 가치에 대한 증명뿐만 아니라, 양도 당시 당사자들이 실제로 양도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양도 대가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허위 거래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