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재개발
원고(하도급업체)가 피고(도급업체)로부터 시스템 에어컨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하던 중 공사를 중단하였고, 이후 양측은 공사 중단에 따른 정산을 협의했습니다. 원고는 미지급된 공사대금과 피고의 일방적인 공사 타절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기성고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며, 공사계약이 합의 해제되었고 손해배상 청구를 유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주식회사 A는 2017년 11월경 주식회사 E로부터 시스템 에어컨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했습니다. 2018년 11월 3일, 양측은 공사대금 606,325,000원(부가세 별도)에 준공일 2019년 5월 31일로 하는 정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2019년 2월경 공사를 중단했고, 피고 역시 2019년 2월 26일 발주처에 공사포기각서를 제출한 후 2019년 6월 4일 발주처와 공사대금 정산을 마쳤습니다. 이후 발주처는 다른 후속업체와 계약하여 잔여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수행한 공사 부분에 대해 피고가 미지급한 공사대금 77,688,519원과 공사 타절로 인한 이윤 손실 명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공사 중단 시 하도급업체가 주장하는 기성고(이미 수행한 공사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이 도급업체가 이미 지급한 금액을 초과하는지 여부. 공사계약이 합의 해제된 경우, 하도급업체가 도급업체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및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공사 기성고가 이미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초과한다는 점을 증거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을 합의로 해제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유보하였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사 중단 시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 지급 의무 (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43454 판결 등 참조):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지 못하고 중단했더라도, 이미 시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도급인이 그에 상응하는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금액을 정확히 산정하려면, 중단 당시까지 실제 투입된 공사비와 잔여 공사에 소요될 공사비를 기준으로 기성고 비율을 계산하여 약정 공사비에 적용해야 합니다. 만약 시공 정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면, 이를 주장하는 측이 불리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 원고는 자신이 주장하는 기성고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예: 전체 비용 대비 실제 투입 비용 비율을 명확히 보여주는 서류, 공정별 시공 정도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여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합의 해제 시 손해배상 청구 불가 원칙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7다220416 판결 등 참조): 계약 당사자들이 합의에 의해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한 경우, 특별히 손해배상을 하기로 약정했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유보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손해배상 특약이 있었다거나 청구를 유보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건축공사도급계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본 판례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을 합의 해제한 것으로 보았고, 원고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유보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673조 (도급인의 해제권): 도급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도급인에게 해제권을 부여하지만, 이로 인해 수급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러나 본 판례에서는 양 당사자가 '합의 해제'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이 조항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어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합의 해제 시 손해배상 청구 유보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공사 중단 시 기성고 입증의 중요성: 공사가 중단된 경우, 이미 시공한 부분(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을 청구하려면 해당 부분의 실제 시공 정도와 투입된 비용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단순히 추정치나 내부 작성 서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제 방식의 중요성: 공사 계약을 중도에 종료할 때는 '합의 해제'인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제'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합의 해제를 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 등을 유보한다는 명시적인 특약이나 의사 표시가 없다면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서류 및 증거 보존: 공사 현장의 시공 사진, 공정별 작업 일지, 자재 구매 및 사용 내역, 인건비 지급 내역, 공사 진행률 관련 보고서 등 모든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여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기성고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자료들은 중요합니다. 계약 종료 시 정산 및 손해배상 조건 명확화: 공사를 중단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때는 향후 정산 방식과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 당사자 간에 분명히 합의하고, 이를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