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고혈압과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을 앓던 환자가 치통으로 치과를 방문하여 여러 차례 치료와 항생제를 처방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습니다. 환자의 상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치아 발치 시술이 진행된 후, 환자는 패혈성 쇼크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이에 환자 유족들은 의료진의 의료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료진이 환자의 기저 질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염증 악화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치를 강행한 의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며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환자의 기존 질환도 사망에 영향을 미쳤음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유족들에게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 H는 2018년 4월 3일부터 4월 10일까지 G의원에서 치통으로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았습니다. 망인은 고혈압과 당뇨병 병력이 있었고 이를 의료진에게 고지했습니다. 피고 의사들은 치석제거, 치근활택술, 근관치료 등을 시행하고 아목시실린 계열 항생제를 처방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의 통증과 부기는 치료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악화되었고, 망인은 4월 8일 '이가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요, 진통제도 잘 듣지 않고 많이 부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병원 실장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4월 10일, 얼굴이 더욱 부어있고 통증을 호소하는 망인의 17번 치아를 발치했습니다. 발치 당일 저녁부터 망인의 의식이 저하되었고, 다음 날인 4월 11일 패혈성 쇼크 증세로 쓰러져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망인에게 패혈성 뇌염, 색전성 폐렴 등을 진단했고, 결국 4월 12일 폐렴에 의한 경부심부감염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 의사들이 망인의 기저 질환을 고려하지 않고 적절한 항생제 처방이나 상급 병원 전원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염증이 악화된 상태에서 발치를 강행한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의료진이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염증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항생제 종류 변경, 상급 병원 전원 등 적극적인 치료 조치를 취했는지, 그리고 염증 호전 없이 진행된 발치 시술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의료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들이 공동으로 원고 A에게 63,818,795원, 원고 B, C에게 각 30,879,196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2/3, 피고들이 1/3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기존 질병이 사망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결과입니다.
법원은 기저 질환을 가진 환자를 치료할 때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강조하며,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치료 방법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의료 과실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명했지만, 환자의 기존 질병 요소를 고려해 의료진의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의료 분쟁에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법원의 입장을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