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피해 공무원 사망 관련 손해배상 판결

서울시 연구직 공무원 E는 입사 후 약 4개월 동안 직장 상사들인 B, C, D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고 과장 H에게 보고했습니다. H 과장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했지만, 서울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거나 가해자들과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의 적절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E는 직장 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다가 성희롱 사건 발생 약 9개월 후인 2014년 5월 자택에서 자살했습니다. 이에 E의 남편 A는 피고들(B, C, D 및 서울특별시)을 상대로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서울시의 부적절한 조치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B, C, D의 성희롱 행위는 불법행위로 인정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과 자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는 부정했습니다. 다만 서울시는 성희롱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하여 총 30,700,000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B, C, D은 각자 성희롱 행위에 대한 위자료로 6,000,000원, 6,000,000원, 3,700,000원을 서울시와 공동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공무원 E의 남편이자 상속인, E의 부모인 M, N으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았습니다.
• 망인 E: 서울특별시 소속 보건연구직 공무원으로, 입사 후 직장 상사들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었으며, 이후 자살하였습니다.
• 피고 B, C, D: 서울특별시 소속 공무원으로, 망인 E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가해자들입니다.
• 피고 서울특별시: 망인 E와 피고 B, C, D의 사용자로서, 성희롱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기관입니다.
• M, N: 망인 E의 부모로, 망인의 손해배상채권 중 자신들의 상속분을 원고 A에게 양도했습니다.
• H, L: 이 사건 연구원의 관리자들로, 망인 E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적절한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있습니다.
• I: 2014년 3월에 망인 E가 근무하던 미생물과 과장으로 발령된 인물입니다.
• J: 피고 C의 성희롱 발언이 있었던 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여성 연구원입니다.

분쟁 상황

망인 E는 2013년 8월 서울특별시 연구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G연구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사 약 한 달 후인 2013년 8월 29일 회식 자리에서 상사 B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었고, 10월 중순경에는 C가 다른 여성 연구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을 동석한 자리에서 목격했습니다. 11월 12일에는 동료 D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었습니다. 2013년 11월 21일, E는 당시 과장 H에게 직장 내 성희롱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H 과장은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L 직무대리에게 보고했으나, 추가적인 조사나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의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E는 지속적으로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와 심리 상담을 받았고, 2014년 5월 30일 자택에서 자살했습니다. 이후 원고 A는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 B, C, D의 각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2. 피고 B, C, D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인정되는지 여부.
3. 피고 B, C, D의 불법행위와 망인 E의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4. 피고 B, C, D 간에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
5. 피고 서울특별시가 사용자로서 피용자들의 성희롱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6. 피고 서울특별시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후 적절한 재발 방지 대책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7. 피고 서울특별시가 망인 E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거나 부적절한 인사 발령을 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
8. 원고 A가 M, N으로부터 양수한 손해배상채권 양도 계약이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피고 서울특별시는 원고에게 30,7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4. 5. 30.부터 2017. 6. 30.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 피고 B은 피고 서울특별시와 공동하여 6,000,000원, 피고 C은 6,000,000원, 피고 D은 3,7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4. 5. 30.부터 2017. 6. 30.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 원고 A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비용은 원고가 9/10, 피고들이 1/10을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B, C, D의 성희롱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이들의 행위와 망인 E의 자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서울특별시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후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망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 C, D은 각자 자신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피고 서울특별시는 이들의 사용자로서 그리고 재발 방지 조치 미이행에 대한 위자료를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및 제12조: 이 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러한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 C, D의 발언이 업무관련성과 상급자 지위 이용이 인정되며, 망인 E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법원은 피고 B, C, D의 성희롱 행위가 망인 E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3.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1항 및 제2항(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하며,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사용자는 피용자가 성희롱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개선책을 실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가 망인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부서 전환 등의 적절한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위법한 불법행위로 보아 서울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4.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가 피고 B, C, D의 사용자로서 이들의 성희롱 행위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5. 신탁법 제6조(소송신탁의 금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채권양도 등이 이루어진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원고 A가 망인의 부모 M, N으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은 것이 소송신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으나, 해당 증거만으로는 소송신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채권양도의 유효성을 인정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성희롱 피해 발생 시 즉각적인 기록: 성희롱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가해자의 구체적인 발언이나 행동, 발생 시각과 장소, 목격자, 피해자의 감정 상태 등을 가능한 한 상세하게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추후 법적 대응 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2. 피해 사실의 명확한 알림: 직장 내 성희롱 고충 처리 부서나 상급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때는 단순히 '성희롱이 심하다'는 추상적인 언급보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명확히 전달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나 피해자 보호 조치(예: 부서 이동)를 요청하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우려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사용자의 조치 의무가 충분히 촉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사용자의 조치 의무 확인: 회사는 성희롱 발생 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 조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법률상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만약 회사가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4.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의 증거 확보: 이 사건에서는 성희롱은 인정되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려면 구체적인 언행, 시기, 장소,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메시지, 녹취, 일기, 목격자 진술 등)를 확보해야 합니다.
5. 정신적 고통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신과 진료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고통이 직장 내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명확히 의료진에게 알리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법적 다툼 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6. 성희롱과 극단적 선택의 인과관계 입증 난이도: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이 있었다고 해서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과의 법적 인과관계가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이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므로, 해당 행위가 통상적으로 피해자의 자살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을 주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다른 개인적 요인, 병력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