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구토, 설사, 경련 등의 증상으로 여러 병원에서 치료받던 아동 A가 결국 헤르페스 뇌염으로 진단받았으나 시력을 잃게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대학병원의 초기 진료 및 전원 과정에는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아동을 전원받은 피고 병원이 환자의 기본적인 신체 및 신경학적 검진을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 과실이 아동의 실명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는 보지 않았으나, 진료 소홀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00년 9월 초부터 구토, 설사, 경련 등의 증상으로 피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세 차례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 시에는 급성 위장염, 두 번째 방문 시에는 급성 인두염과 열성 경련으로 진단받고 퇴원했습니다. 세 번째 방문 시 다시 경련과 고열, 안구편위 등 증상을 보였고, 대사성 산증 소견도 있었으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피고 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피고 병원에서는 급성 위장염과 열성 경련으로 진단하고 입원 치료를 진행했으나, 다음 날 아동 A의 의식이 저하되는 등 증상이 악화되자 뇌막염이나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며 K병원으로 다시 전원시켰습니다. K병원에서 아동 A는 헤르페스 뇌염으로 진단받았고, 시각중추 뇌피질 손상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두 병원의 진료상 과실로 아동이 실명에 이르게 되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대학병원 의료진이 아동 A의 헤르페스 뇌염을 오진하거나 진단 시기를 지연시킨 과실이 있는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전원받은 환자에 대해 기본적인 검진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실들이 아동 A의 실명으로 이어진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마지막으로 의료과실로 인한 환자와 가족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어느 정도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학교법인 F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의료법인 G에 대해서는 원고 A에게 1,000만 원, 원고 B에게 300만 원, 원고 C에게 100만 원, 원고 D, E에게 각 50만 원 및 각 금액에 대하여 2000년 9월 7일부터 2004년 5월 19일까지는 연 5%, 2004년 5월 20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의료법인 G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과 피고 학교법인 F 사이에 발생한 부분 전부와 원고들과 피고 의료법인 G 사이에 발생한 부분 중 10분의 9는 원고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 의료법인 G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대학병원의 진료 과정에는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병원은 전원된 환자인 아동 A에 대해 새로운 신체 및 신경학적 검진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과실이 직접적으로 아동의 실명을 초래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환자와 가족이 긴박한 상황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피고 의료법인 G이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