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 및 전달책으로 활동하여 피해자 E로부터 580만 원, 피해자 B로부터 620만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피고인이 사실오인(공모 및 미필적 고의 부정)과 양형부당(형량이 너무 무거움)을 이유로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으며 피해 변제를 위해 형사공탁한 점 등을 고려하여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 A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가 '주식회사 F 인사담당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의료기기 판매 회사의 외근 경리 업무'를 제안받고 채용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별다른 면접 절차 없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한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직접 수거하여 지정된 계좌로 나누어 송금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정도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채용 절차의 허술함, 비정상적인 업무 지시(피해자를 만나면 먼저 인사하지 말고 성명불상자에게 우선 확인을 거칠 것, 대금을 회수하면 피해자 앞에서 돈을 세지 말 것 등), 현금 거래 방식의 이례성 등을 인지하여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공모(공동 가담) 및 미필적 고의(범죄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함)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의 형량이 적절한지 여부(양형부당)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과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채용 과정이 허술하고 업무 지시가 비정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현금을 수거하고 송금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판단하여 사실오인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특히 원심에서 자백했다가 번복한 점도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았고 이 사건 이전에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 E를 위해 300만 원, 피해자 B를 위해 620만 원을 형사공탁하여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하여 원심의 형량이 다소 과중하다고 판단,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감경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