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원고인 드라마 제작사 A는 시나리오 작가인 피고 F와 극본 집필 계약을 맺고 특별 원고료를 지급했습니다. 피고 F가 제출한 극본('I' 극본)에 대해 원고는 제작 결정을 미루었고, 이후 원고의 허락 하에 피고 F는 극본을 다른 연예 기획 및 제작사인 피고 D에게 전달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D는 이 극본을 공동 제작하기 위해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했지만 의견 불일치로 본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 D는 피고 F와 다시 계약을 맺고 'I' 극본으로 드라마를 단독 제작하여 방영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F가 계약상 집필의무를 위반하고 피고 D가 이에 적극 가담하여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위약벌 포함)을 청구했습니다.
한 드라마 제작사가 시나리오 작가와 극본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특별 원고료를 지급했습니다. 작가가 극본을 완성했음에도 제작사는 오랜 기간 제작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제작사의 허락 하에 작가가 다른 제작사와 협력하여 이 극본으로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려 했으나, 최초 제작사와 공동 제작하려던 다른 제작사 간의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결국 다른 제작사는 작가와 단독 계약을 맺고 드라마를 제작하여 방영했고, 최초 제작사는 작가와 다른 제작사를 상대로 계약 위반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 상황입니다.
이 사건 극본 집필 계약의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 피고 F가 계약상 집필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피고 D가 피고 F의 계약 위반에 적극 가담하여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 F, 피고 D에 대한 주위적 청구와 피고 H, 피고 D에 대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극본 집필 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H이 아닌 작가 피고 F 개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F의 채무불이행(계약 위반)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드라마 제작의 특성상 작가의 집필 의무는 제작사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원고는 피고 F가 제출한 극본에 대해 제작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는 점. 둘째, 이 사건 계약은 피고 F가 집필한 극본을 제3자가 사용할 경우 상호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도록 하는 '준전속계약'의 성격을 가졌는데, 원고가 피고 D에게 극본을 전달하고 공동제작 협의를 진행한 것은 상호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셋째, 원고와 피고 D 간의 공동제작 협상이 결렬된 것은 피고 F의 귀책사유가 아니며, 피고 D가 이미 감독 섭외, 배우 섭외 등 드라마 제작을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 F에게 피고 D와의 작업을 중단하고 원고에게만 극본을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원고에게 부여된 권리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F에게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피고 D의 공동불법행위 책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계약 당사자 확정: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르고,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
전속계약의 유형: 일정한 예능적 활동으로서의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전속하는 전속계약은 다른 곳에 노무제공을 일체 인정하지 않는 '완전전속계약', 사업자의 허락을 받은 경우에만 다른 곳에 노무를 제공할 수 있는 '준전속계약', 사업자로부터 노무제공 요청이 있으면 반드시 노무를 제공해야 하지만 당해 사업의 지장이 없으면 다른 곳에 노무제공이 가능한 '우선전속계약', 일정 계약기간 내 제공해야 할 노무제공 횟수를 특약하는 '횟수전속계약' 등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33176 판결). 본 사건의 계약은 제3자 사용에 대한 합의 조항이 있어 '준전속계약'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예정액 및 위약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않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는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않는다는 약정이 없는 한,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주장·입증함으로써 예정배상액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9408 판결).
저작권법: 저작권법 제2조(정의) 제2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제4조(저작물의 예시) 제1항 제1호는 '어문저작물'을 저작물의 한 종류로 규정합니다. 제10조(저작권)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가진다고 명시합니다.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극본과 같은 어문저작물의 저작권은 작가 개인에게 귀속됩니다.
창작물(극본 등) 관련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 당사자를 명확히 하고,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및 제3자 사용에 대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창작물의 배타적 사용(전속) 여부, 타 제작사와의 협력 가능성, 계약 해지 조건 및 귀책사유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를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작사는 작가가 제출한 창작물에 대한 제작 결정을 신속히 하고, 제작 진행이 어려울 경우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계약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창작물 제작 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계약 당사자 일방의 일방적인 의사 변경이 다른 당사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