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 금융
이 사건은 고수익을 미끼로 한 조직적인 투자 사기 범죄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피고인들과, 다른 사람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여 불법적인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개인적으로 자금을 빌린 후 갚지 않은 사기 행위까지 저지른 피고인의 복합적인 범죄를 다룹니다. 피고인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투자 사기에 가담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약 5억 5천만 원을 편취하고, 피고인 A는 추가로 다른 사람 명의의 법인 계좌를 불법적으로 양도하고 개인 사기까지 저질렀습니다.
이 사건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의 범죄 상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조직적 투자 사기 가담 (피고인 A, B): 성명불상의 투자 사기 조직은 해외 서버를 이용해 허위 투자 사이트를 만들고, SNS에서 고수익 재테크 광고를 올려 사람들을 유인했습니다. 피해자들을 속여 가상화폐 투자 명목으로 원금의 3배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거짓말하고, 수익이 발생했다며 출금하려면 수수료를 입금해야 한다고 추가 금액을 요구하여 총 5억 5,500만 원을 편취했습니다. 피고인 A와 B는 F로부터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돈을 받아 현금으로 인출하여 전달해주면 약 5%를 대가로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 G 외 9명으로부터 2022년 2월 3일부터 2월 15일까지 총 36회에 걸쳐 5억 5,500만 원을 송금받아 인출 후 F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A는 F과, 피고인 B는 피고인 A와 연락하며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피고인 A): 피고인 A는 '장집'이라 불리는 대포 통장 공급업을 해왔습니다. 2020년 6월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사업자 명의 계좌를 구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친구 J을 통해 알게 된 K에게 통신기기 판매업을 하자고 속여 ㈜I 명의의 L은행 계좌를 개설하게 한 후, 통장, OTP 카드, 체크카드 등을 건네받아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했습니다. 이어 2020년 10월경에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O를 속여 ㈜M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를 개설하게 한 후, 통장, OTP 카드 등을 건네받아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했습니다. 또한 2021년 3월경에는 대출을 알아보던 중 접근매체를 양도하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넘어가, 자신 명의 Q조합 계좌의 체크카드, OTP, 비밀번호를 고속버스 택배로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021년 11월경에는 사업자 대출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된 성명불상자에게 R 명의 L은행 계좌에 연결된 OTP 카드, 아이디, 비밀번호 등을 버스 탁송으로 전달했습니다. 이로써 피고인 A는 총 네 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했습니다.
개인 사기 (피고인 A): 피고인 A는 2021년 10월 5일경 피해자 P에게 텔레그램 메시지와 전화로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 정산되면 바로 갚겠다, 이자는 5%로 해주겠다"고 거짓말했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신용불량 상태였고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2021년 10월 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총 13회에 걸쳐 2,243만 원을 교부받았습니다. 피고인 A는 종전에 빌려줬던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피해자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 이자와 변제 기일 약정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 A와 B가 조직적인 투자 사기 범죄의 구체적인 기망 수법을 몰랐다고 주장했음에도, 그들의 행위가 사기 공모공동정범으로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행위가 사기죄의 ‘기수(旣遂)’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입니다. 셋째, 피고인 A가 개인적으로 돈을 빌린 사기 사건에서 채무 불이행을 넘어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인 A가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 OTP 카드 등 접근매체를 불법적으로 양도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600만 원을 추징하며, 추징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배상신청인들의 배상명령신청은 피고인들의 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와 B가 조직적인 투자 사기 범행에 가담하여 피해금을 인출하고 전달하는 행위를, 전체 범죄에서 본질적인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 지배가 있는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했습니다. 피고인들이 범행의 전모를 알지 못했더라도, 그들의 행동이 사기 범죄 발생 가능성을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A의 경우, 허위 사업자금을 내세워 개인 사기를 저질렀고,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를 불법적으로 양도하여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불법적인 목적으로 타인의 계좌나 금융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행위가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기 (형법 제347조 제1항): 사람을 기망(속이는 것)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피고인 A와 B는 투자 사기 조직의 기망 행위에 가담하여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했고, 피고인 A는 개인적으로 피해자 P를 속여 돈을 빌렸기에 이 법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피고인 A는 돈을 빌릴 당시 신용불량 상태였고 변제 능력이 없었음에도 변제할 것처럼 속였기에 사기죄가 인정되었습니다.
공동정범 (형법 제30조): 2인 이상이 함께 범죄를 실행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공동정범은 범죄에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죄를 실현하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와 B는 투자 사기 조직과의 공모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그들이 현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행위가 조직적 범행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으며, 범행의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 공동정범으로 인정했습니다. 즉, 범죄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몰랐더라도 전체 범죄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면 공동정범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접근매체 양도 금지 및 처벌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제49조 제4항 제1호): 전자금융거래법은 누구든지 접근매체(예: 통장, OTP 카드,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를 양도하거나 양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피고인 A는 여러 차례에 걸쳐 타인 명의의 법인 계좌나 본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불법적인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기에 이 법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사업자 대출이 가능하다'는 등의 유혹에 넘어가 통장이나 카드 등 접근매체를 넘겨주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며 처벌 대상입니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제1호, 제10조 제1항 (추징): 범죄로 얻은 불법 수익은 국가가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B가 범죄 행위를 통해 얻은 600만 원은 이러한 불법 수익으로 인정되어 추징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제3항 제3호 (배상명령 각하): 형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법원에 직접 배상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피고인들의 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거나 형사 소송 절차에서 배상 명령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배상 명령 신청을 각하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역할과 각 범행으로 얻은 이익 등을 고려할 때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아 배상 신청이 각하되었습니다. 이는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