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총 발행주식의 약 44.98%를 보유한 주주들이 홈쇼핑 회사가 관련 계열사로부터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하며 회계장부 및 관련 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매매대금 산정의 근거가 된 매도인 측 감정평가서 등 특정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는 허용했으나, 포괄적인 다른 회계장부나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신청은 기각했습니다. 이는 본안 소송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처분은 엄격한 소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D 주식회사의 소수 주주들(A, B, C 주식회사)은 D 주식회사가 관계 계열사인 F 주식회사 및 G로부터 서울 영등포구의 지하 3층, 지상 19층 규모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을 2,038억 5천만 원에 매입한 거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주주들은 당시 D 주식회사가 경영 위기에 처해 있었음에도 F 측을 비롯한 O 그룹의 유동성 지원을 목적으로 감정평가액을 고의로 부풀려 적정 매매대금보다 고가로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주주들은 D 주식회사의 경영활동 상황 및 해당 매매계약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해 회계장부 및 서류의 열람·등사를 요청했으나, D 주식회사가 일부 자료만 제공하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의 소수 주주들이 회사와 관련 계열사 간의 부동산 매매 거래에 대해 업무상 배임을 의심하며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요청한 상황에서, 어떠한 범위의 서류 열람·등사가 정당한 주주권 행사로서 허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본안 판결과 유사한 효력을 가지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주식회사 D에게 사건 결정 송달일로부터 3일 후부터 토요일 및 공휴일을 제외한 30일 동안 영업시간 내(09:00~18:00)에 본점에서 채권자들 또는 그 위임을 받은 대리인에게 '매도인 측 감정평가서' 등 특정 서류를 열람·등사(사진 촬영, 전자적 저장장치 복사 포함)하도록 허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채권자들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의 보조자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요청한 나머지 포괄적인 회계장부 및 서류에 대한 신청과 간접강제(위반일수 1일당 10,000,000원 지급) 신청은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법원은 주주들의 회사 운영에 대한 감시 및 위법행위 여부 확인을 위한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의 중요성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관계회사 간 대규모 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매도인 측 감정평가서와 같이 매매대금 산정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자료의 열람·등사는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본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가처분의 특수성과 이미 일부 자료가 제공된 점 등을 고려하여, 포괄적인 자료 요청은 기각하고 구체적 의혹 해소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함으로써 주주권 보호와 회사 경영의 안정성 간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상법 제466조(주주의 회계장부 열람권)와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 근거하여 판단되었습니다.
상법 제466조 (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회사의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서면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이러한 청구가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때 주주가 제시하는 '이유'는 열람·등사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며, 그 이유가 사실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정도까지는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열람·등사 청구가 '모색적 증거 수집'과 같이 부당한 목적을 위한 것임이 명백히 밝혀지면 허용되지 않습니다.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대해 본안 소송 확정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한 응급적·잠정적 처분입니다. 이 사건과 같이 본안 판결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더 높은 정도의 소명이 요구됩니다. 법원은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 본안 소송에서의 승패 예상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재량으로 판단합니다.
회사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여 회계장부 및 서류의 열람·등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요청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하지만, 그 이유가 사실일 것이라는 확증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모색적 증거 수집과 같이 부당한 목적의 요청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본안 소송의 결과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열람·등사 가처분은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엄격하게 요구됩니다. 따라서 특정 의혹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구체적인 서류(예: 매매대금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감정평가서)에 대한 요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자료 요청은 기각될 수 있습니다. 이미 회사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자료로도 충분히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추가적인 요청은 기각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