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 E는 복통으로 D병원 응급실을 두 차례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 시 대장게실염 진단을 받았으나 입원 권유를 거부하고 귀가했습니다. 이후 증상이 악화되어 G의원에 입원했다가 다시 D병원 응급실로 전원되었습니다. 이때 망인은 복막염을 동반한 대장게실염이 더욱 악화된 상태였으며, 혈액 검사상 염증 수치가 매우 높고 X-ray 검사에서 장 천공을 시사하는 소견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일단 항생제 투여 등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결정했으나,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응급수술을 준비하던 중 심폐정지가 발생하여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 A와 B는 D병원을 운영하는 피고 학교법인 C를 상대로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로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첫 진료 시 입원 조치 및 충분한 설명 의무 위반, 두 번째 진료 시 추가 CT 검사 미실시 및 조기 수술 미시행을 과실로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D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E는 2019년 9월 10일 심한 좌측 하복부 통증으로 D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대장게실염 진단을 받았으나 입원 권유를 거부하고 약을 처방받아 귀가했습니다. 이후 통증이 지속되어 9월 11일 다른 병원(G의원)에 입원했고, 고열이 발생하는 등 상태가 악화되어 9월 12일 다시 D병원 응급실로 전원되었습니다. 전원 당시 염증 수치(CRP)가 급격히 상승했고, X-ray 검사에서 장 천공 및 마비성 장폐색 소견이 확인되었습니다. D병원 의료진은 항생제 투여 등 보존적 치료를 결정하고 경과를 관찰했으나, 다음 날 9월 13일 망인의 복통이 심해지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응급수술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준비 도중 망인은 심폐정지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부모는 D병원을 상대로 의료진이 적절한 진료 및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들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D병원 의료진이 망인 E에 대한 첫 진료 과정에서 적절한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입원 조치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 그리고 두 번째 진료 과정에서 악화된 환자 상태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복부 CT)를 실시하지 않고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 의료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이러한 의료진의 과실이 망인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첫 번째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은 망인에게 상태와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입원을 권유했으나 망인이 이를 거부했으며, 퇴원 후 주의사항과 추적 관찰의 필요성도 설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진료 과정에 대해서는, 당시 망인의 활력징후가 양호했고 복부 통증 강도가 심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복막염이 의심될 만한 징후도 없었으므로 복부 CT 검사를 다시 시행하거나 즉시 수술을 결정하지 않고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의료 전문가의 감정 결과에 따르면 대장 천공이 발생했더라도 환자 상태, 공기 양, 염증 상태를 종합하여 보존적 치료를 선택할 수 있으며, 망인의 상태 악화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의 진료 방법 선택에 과실이 있었다거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D병원 의료진의 진료 과정에서 어떠한 과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망인 E의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최종적으로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법리는 주로 의료과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된 것입니다. 피고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C는 민법 제756조에 따라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이므로, 의료진의 직무상 과실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상 과실 판단 기준에 있어서 법원은 의사가 진찰 및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합리적인 범위 내의 여러 조치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해당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진의 진료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했거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의료진의 입원 권유나 특정 치료 제안을 거부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과 대안에 대해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하고 본인의 결정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병의 심각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급성 염증성 질환의 경우 환자 상태가 급격히 변화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경과 관찰과 환자 본인의 증상 변화에 대한 인지 및 보고가 매우 중요합니다. 대장게실염과 같은 질환은 합병증 발생 시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으므로, 초기 증상 발현 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진료 방식과 판단이 존재할 수 있으며, 모든 의료적 결과가 의료진의 과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 행위는 당시의 의료 수준과 환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