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 시술 후 사망 환자 유족의 의료사고 손해배상 청구 판결

고령 환자 A씨가 동맥경화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후 폐렴 등의 증상으로 사망하자, 유족인 원고 B, C, D씨는 병원 의료진의 스텐트 시술 과정의 과실, 시술 후 추적 검사 및 상급병원 전원 조치 소홀, 폐렴 진단 및 치료 지연, 그리고 시술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의료법인 K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병원 측은 의료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미납 진료비에 대한 반소(맞소송)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본소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병원 측의 반소 청구 중 일부를 인정하여 원고들이 연대하여 병원에 2,482,179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 A의 유족 (원고 B, C, D): 스텐트 시술 후 사망한 망 A의 상속인으로서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들입니다.
• 의료법인 K (피고): 망 A에게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고 입원 치료를 제공한 병원으로, 의료과실이 없음을 주장하고 미납 진료비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분쟁 상황

망인 A는 고령의 환자로 동맥경화증이 있어 피고 병원에서 천부대퇴동맥에 스텐트 삽입술을 포함한 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후 망인은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고, 폐렴 진단 후 치료받다가 의식불명 상태를 거쳐 최종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의료진이 스텐트 시술 과정, 시술 후 합병증 예방 및 추적 관찰, 폐렴의 진단 및 치료, 그리고 시술의 위험성 설명에 있어 과실이 있었고, 이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으므로 병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진이 스텐트 삽입 시술 과정에서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투여 등 스텐트 재협착 및 혈전증 예방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
2. 시술 후 망인에게 발생한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에 대해 스텐트 혈전증 추적 검사나 상급병원 전원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
3. 망인의 폐렴 증상에 대한 진단 및 항생제 투약을 지연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4. 의료진이 이 사건 시술의 위험성 및 부작용(스텐트 재협착, 스텐트 혈전증, 폐렴 등)에 대해 망인 및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
5. 이러한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유무.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원고(유족)들의 본소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병원)의 반소 청구 중 원고들이 피고에게 2,482,179원을 지급하라는 부분을 인정하여 인용했습니다. 항소 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입니다.

결론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병원 측의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 스텐트 재협착 및 혈전증 예방 조치 과실 주장에 대해: 의료진은 표준지침에 따라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를 투여했고, 헤파린 투여 시점도 적절했습니다. 의료감정 결과 시술 부위는 좌측 천부대퇴동맥이 맞으며, 우측 다리 부종은 시술과 무관한 것으로 보아 스텐트 재협착이나 혈전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 스텐트 혈전증 추적 검사 및 전원 조치 소홀 과실 주장에 대해: 망인은 스텐트 혈전증을 의심할 만한 임상 증상이나 검사 소견을 보이지 않았고, 사망 원인도 폐렴으로 판단되었으므로, 스텐트 혈전증 추적 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폐렴 진단 후 항생제 및 인공호흡기 치료, 이후 전원 조치 모두 적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3. 폐렴 관련 검사 및 투약 지연 과실 주장에 대해: 망인의 초기 증상은 심혈관 질환 등 다른 원인일 수 있어 즉시 폐렴을 의심하기 어려웠고, 매일 흉부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다 폐부종 발견 후 곧바로 흉부 CT 검사를 시행한 것은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폐렴 진단 후 6시간 만에 항생제를 투여한 것이 망인의 예후를 나쁘게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 병원 의료진은 시술 전 보호자와 면담하여 시술 목적, 방법, 위험성, 합병증, 사망 가능성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며, 시술과 설명 사이에 충분한 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망인의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판단되었고, 스텐트 시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중대한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보기 어려웠으므로, 시술 관련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고령 환자의 입원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폐렴 위험에 대해서는 별도의 승낙서를 통해 설명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례에서 주요하게 적용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과실 책임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당시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본 사안에서는 스텐트 시술 시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투여, 시술 후 추적 검사, 폐렴 진단 및 치료 등 여러 단계에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나, 법원은 의료감정 결과를 토대로 의료진이 표준 지침을 따랐고, 임상 증상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설명의무 위반 책임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전에 해당 행위의 목적, 방법, 내용, 필요성, 그리고 예상되는 위험성 및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 지급은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중대한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을 기회를 상실한 데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라고 판시합니다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2151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병원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시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시술과 설명 사이에 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며, 망인의 사망 원인도 시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대한 합병증이 아닌 폐렴으로 보았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령 환자의 입원 중 발생할 수 있는 폐렴 위험은 별도로 설명하고 동의받았으므로, 이를 시술 자체의 설명의무와는 다른 차원에서 판단했습니다.
3. 인과관계 입증 책임: 의료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사망 등)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어떠한 행위도 망인의 사망 원인인 폐렴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인과관계가 부정되었습니다.
4. 민사소송법 제420조 (항소심 판결 이유의 기재 방식)​: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할 수 있음을 규정하는 조항으로, 이 판결문에서도 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수정하거나 추가 판단하는 방식으로 판결 이유를 구성했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소송에서는 다음 사항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의료 기록의 중요성: 모든 진료 과정과 의료 행위가 기록된 의무기록은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의료 기록이 상세하고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어야 환자 측 주장이나 병원 측 해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의료 감정 결과의 영향: 의료사고 사건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대학교병원 등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가 법원의 판단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 결과는 의료 행위의 적절성, 과실 유무, 인과관계 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3. 과실과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 환자 측은 의료진의 과실과 그 과실이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과실 및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설명의무의 범위와 시기: 설명의무는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에 대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시술의 목적, 방법, 위험성, 발생 가능한 합병증, 다른 치료 방법 등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설명은 환자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모든 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소한 위험까지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기저질환이나 입원 자체가 유발할 수 있는 일반적인 위험(예: 고령 환자의 폐렴 위험)은 시술 자체의 설명의무와 구별될 수 있습니다.
5. 의료 행위의 표준: 의료진의 과실 여부는 당시의 의학 수준과 진료 환경, 의료기관의 종류 등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의료 행위의 '표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의학적 판단의 재량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