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시술 중 환자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 판결

이 사건은 의사인 피고 C가 환자 D(망인)에게 지방흡입 및 이식술을 시행하던 중 발생한 의료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하자, 망인의 부모인 원고 A와 B가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활력징후 감시 소홀, 응급조치 미흡)을 주장하며 각 7억 2천9백여만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피고의 과실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각 1억 1천9백여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은 항소를 취하했으며, 피고가 항소하여 제1심 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지방흡입 및 이식술 중 사망한 환자 D의 부모로서, 망인의 손해배상금을 상속하고 고유한 위자료를 청구한 사람들입니다.
• 피고 C: 지방흡입 및 이식술을 시행한 의사입니다.
• 망인 D: 피고 C에게 지방흡입 및 이식술을 받던 중 사망한 환자입니다.

분쟁 상황

환자 D는 2018년 11월 2일 의사 C에게 지방흡입 및 이식술을 받았습니다. 시술은 약 11시간 25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프로포폴이 투여되었습니다. 시술 종료 후인 2018년 11월 3일 00시 45분경 프로포폴 투입이 중단되었으나, 망인은 1시간 이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01시 52분경 망인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상태가 악화되었고, 피고는 119에 신고 후 흉골 마사지, 산소 공급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망인은 끝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피고 의사가 시술 중 활력징후 감시를 소홀히 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C가 지방흡입 및 이식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자 D에 대한 감시·관찰 의무를 소홀히 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실이 망인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피고는 프로포폴 부작용 발생 시점,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의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과실 및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책임 제한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피고 C의 항소를 기각하며,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의사 C의 의료 과실과 망인 D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C가 A와 B에게 제1심에서 인정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의료 시술 중 환자의 활력징후(특히 혈압)를 면밀히 감시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이 의사의 중요한 주의의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특히 장시간 수면마취가 동반되는 시술의 경우, 맥박산소측정기 등 단일 기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혈압계 등을 통한 직접적인 활력징후 측정이 필수적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환자의 의식 회복이 지연될 경우 지체 없이 적극적인 의료적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의료인에게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은 주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법률 및 법리가 적용됩니다.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의료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이 이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2. 의료인의 주의의무: 의사는 의료행위 시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 의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감시·관찰 의무: 특히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에 대해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호흡 등 활력징후를 지속적이고 면밀하게 감시하고 관찰해야 할 의무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혈압 측정을 전혀 하지 않고 맥박산소측정기에만 의존한 점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응급조치 의무: 환자에게 이상 징후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인은 지체 없이 적절하고 적극적인 응급처치를 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의식이 1시간 이상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필요한 응급조치를 적절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인과관계: 의료인의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이 사건에서는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합니다. 의료소송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특성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의료인의 과실이 손해 발생의 개연성을 증명하고 다른 원인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과실이 망인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았습니다.
4. 민법 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타인의 신체 등을 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위자료)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이 조항에 따라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받았습니다.
5. 민법 제763조 (준용규정) 및 제396조 (과실상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피해자에게도 손해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 그 비율만큼 가해자의 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 '과실상계' 원칙이 준용될 수 있습니다. 피고는 망인 측 요인으로 책임 제한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시술 전 환자 정보 공유의 중요성: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는 시술 전 의료진에게 기왕력(과거 병력)이나 특이 체질(예: 저혈압) 등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의료진은 이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2. 활력징후(생체징후) 모니터링의 필요성: 수면마취나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장시간 시술의 경우, 의료진은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호흡 등 환자의 활력징후를 지속적이고 면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맥박산소측정기만으로는 혈압 등 모든 활력징후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3. 혈압 측정의 중요성: 특히 프로포폴과 같이 혈압에 영향을 미 줄 수 있는 약물 투여 시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술 부위로 인해 혈압 측정이 어렵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반드시 혈압을 확인해야 합니다.
4. 응급상황 시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 환자의 의식 회복이 지연되거나 활력징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의료진은 즉각적으로 기도 확보, 양압환기(앰부백 사용)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단순 자극이나 간접적인 산소 공급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5. 미용 시술도 의료행위: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시술이라 할지라도 마취나 침습적 의료행위가 포함된다면,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저한 의료인의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