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시민단체 소속 공인노무사인 원고 A는 반도체 회사 B 주식회사의 D공장과 F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들의 유족을 대리하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에게 해당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경기지청장은 근로자 이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으나, B 주식회사는 이 결정이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B 주식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핵심 쟁점 정보(측정대상공정, 부서 또는 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 월 취급량 등)의 공개 결정을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불복하여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 법원은 '측정대상공정', '부서 또는 공정명', '부서 또는 공정' 및 '단위작업장소' 항목 중 '라인', '층', '베이' 정보를 제외한 '공정명'에 대한 공개 결정을 취소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공정명'은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시민단체 소속 공인노무사가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을 대리하여, 국내 굴지의 반도체 제조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보고서 내용이 반도체 생산의 핵심 공정 및 기술적 노하우를 담고 있어 영업 비밀에 해당하므로 공개 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정부 기관은 초기에는 일부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으나, 기업의 반발로 행정심판을 거쳐 비공개 범위가 다시 확대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기업의 영업 비밀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및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 사이에서, 반도체 제조 공정의 어떤 정보까지 공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포함된 '측정대상공정', '부서 또는 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 '월 취급량' 등의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여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인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설령 기업 비밀에 해당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 보호를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정보공개법상 '부분 공개' 원칙에 따라 특정 정보(예: 공정명)만 분리하여 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2018년 7월 27일 B 주식회사의 정보 부분 공개 결정 취소 청구 사건에서 내린 재결 중 '측정대상공정', '부서 또는 공정명', '부서 또는 공정' 항목과 '단위작업장소' 항목 가운데 '라인(Line)', '층(F)', '베이(Bay)'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공정명)에 대한 공개 결정을 취소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결국 '라인', '층', '베이'를 제외한 '공정명'은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와 피고(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75% 대 25% 비율로, 보조참가인(B 주식회사)과 원고 사이에서도 같은 비율로 분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로 인해 정보 공개 범위가 축소되어 불이익을 입게 된 원고에게 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서 이 사건 쟁점 정보(측정대상공정, 부서 또는 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 월 취급량 등)는 반도체 공정 배치 방식이나 화학물질 사용의 기술적 노하우를 유추하게 할 수 있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 의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된 점 등을 고려할 때 B 주식회사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며, 공개될 경우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어 원칙적으로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 제14조의 부분 공개 원칙에 따라 '측정대상공정', '부서 또는 공정명', '부서 또는 공정' 항목 등에서 '라인', '층', '베이' 정보를 제외한 '공정명'만으로는 공정 배치 방식이나 핵심 기술을 유추하기 어렵고, 물리적·기술적으로 분리하여 공개할 수 있으며 공개 가치도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해당 공정명은 공개되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반면, 이 정보가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 보호를 위해 반드시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현직 근로자들은 사내망 등을 통해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이미 공개된 유해인자, 발생 시간, 측정치 등으로도 충분히 위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과거 자료라는 점, 그리고 작업환경측정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과 '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구 산업기술보호법)'의 규정 및 관련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 이 조항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사업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내 공정 배치 방식, 화학물질 종류 및 사용량 등이 반도체 제조사의 기술적 노하우이자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한 생명·신체·건강 보호 필요성 주장은 이미 다른 경로로 정보가 제공되거나 유해인자 등 핵심 정보는 공개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법 제14조 (부분 공개 원칙): 이 조항은 '공개 청구한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 부분과 공개 가능한 부분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로서 공개 청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두 부분을 분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비공개 대상 정보인 '측정대상공정', '부서 또는 공정명', '부서 또는 공정' 항목 중에서도 '라인', '층', '베이' 정보를 제외한 '공정명'은 단독으로는 기업의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적고, 물리적·기술적으로 분리하여 공개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도 공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부분 공개를 명했습니다.
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 (국가핵심기술의 지정 및 보호): 이 법률은 국가 안보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보호합니다. 이 사건에서 B 주식회사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중 일부 정보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 의해 '반도체 분야의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되었고, 법원은 이러한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여 해당 정보의 비공개 결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법원조직법 제8조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하급법원의 기속): 상급법원의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한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원칙입니다. 따라서 원고가 다른 유사 사건의 판결을 증거로 제시했으나, 이 법원은 해당 판결이 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기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소송법상 원고적격 (복효적 행정행위): 행정청의 처분이 제3자에게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주는 '복효적 행정행위'의 경우, 그 처분으로 인해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받는 제3자도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습니다. 법원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로 인해 정보 공개 범위가 축소되어 원고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으므로, 원고에게 재결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