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 A와 B 부부가 피고 D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제왕절개 분만 중 신생아(망아)가 사망하자, 병원 측의 진료기록 조작 및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B는 임신 36주째인 2018년 9월 8일 질출혈 증상으로 K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하위전치태반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피고 D가 운영하는 H병원으로 전원하여 같은 날 오전 08:20경부터 제왕절개술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자궁수축검사, 질초음파, 복부초음파 등을 시행하고 보호자에게 수술 필요성을 설명한 후 수술 동의를 받았습니다. 혈액 확보 절차를 거쳐 11:20경 제왕절개술을 시작하였고, 11:32경 2.62kg의 남자 신생아(망아)를 분만했으나, 망아는 활력징후 없이 사산되었습니다. 분만 직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음에도 회복되지 않아 11:45경 사산이 선언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망아는 태내 질식으로 인한 사산아로 판단되었으나, 사산 원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으로 남았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조작하고, 피고가 분만 1기 산모에 대한 태아감시 소홀, 고위험 산모에게 부적절한 자궁수축검사 시행, 불필요한 관장 및 질초음파 시행으로 출혈 유발, 부적절한 마취 과정에서 태아와 산모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등의 의료과실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각 2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 병원 간호사 등의 진료기록 조작 여부와 피고 의사의 의료과실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술 전 출혈 사실 누락, 관장 시각 조작, 수혈 기록 조작 등 진료기록의 허위 작성 및 위변조 여부가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분만 1기 산모에 대한 태아감시 소홀, 고위험 산모에게 부적절한 자궁수축검사 시행, 불필요한 관장 및 질초음파, 부적절한 마취 과정 등 피고의 의료과실 여부가 주요하게 논의되었습니다.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간호사 등의 진료기록 조작 행위와 피고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진료기록 조작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 B의 출혈이 과다하였음을 입증할 증거가 원고 진술 외에 부족하고, 수혈 기록이 조작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관장 시각 기록도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의 의료과실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 B가 피고 병원 전원 당시 분만 1기에 접어든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주기적인 태아감시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관장 및 질초음파 시행은 전치태반 산모에게도 필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진료행위였으며, 자발적인 자궁수축이 있었던 원고 B에게 자궁수축검사(CST)를 시행한 것이 잘못된 의료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취 과정 역시 의학적으로 가능한 방법이었고, 마취 과정에서의 과실이 망아의 사망 원인인 태내질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은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다룬 민사사건으로, 주로 다음과 같은 법률적 쟁점과 의학적 판단이 적용되었습니다.
1. 의료과실과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료과실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실),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그리고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되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의 의료과실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의 의료행위가 의학적 재량 범위 내에 있었고, 신생아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신생아 사산의 원인이 부검 결과 해부학적으로 불분명한 경우, 의료과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2. 진료기록의 증명력 진료기록은 의료 행위의 과정과 결과를 증명하는 핵심적인 문서이며, 의료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의료법에 따라 의료진은 진료기록을 정확하게 작성하고 보존할 의무가 있습니다. 진료기록의 위변조는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나,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진료기록 조작 사실이 원고의 진술 외에 충분한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3. 의사의 재량 및 의학적 판단의 합리성 의료 행위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 당시의 의학적 지식, 의료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므로, 의사에게는 일정한 재량권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특정 의료 행위가 의학적으로 일반적이지 않거나 후향적으로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과실이 되는 것은 아니며, 당시 상황에서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예를 들어 본 사건에서는 질초음파나 관장 시행이 전치태반 산모에게도 필요할 수 있고, 자궁수축검사(CST)가 자발적 자궁수축이 있는 경우에 반드시 금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학적 판단이 법원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의료 기록의 정확성과 투명성은 의료분쟁 발생 시 매우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의료진은 모든 의료 행위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 과정 중 특이 사항(예를 들어 과도한 출혈이나 특이 증상 등)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에게 이를 알리고 기록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스스로도 관련 내용을 기록해 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려면 의료 행위가 의학적으로 허용되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 그로 인해 환자에게 특정 결과(예를 들어 사망이나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의료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의학 지식과 전문가의 감정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원인 불명의 태아 사망은 현대 의학으로도 예측하거나 예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사산의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의료과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고위험 산모의 경우 여러 검사나 처치가 불가피하게 필요할 수 있으며,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진의 재량 범위가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