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 A는 손가락 부상으로 피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고열,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은 이를 장염으로 진단하여 내과적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증세는 악화되어 결국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되었고 맹장천공과 복막염 진단 하에 대장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 측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복막염 및 패혈증 진단을 지연하고 적절한 검사와 금식 조치, 상급병원 전원 조치를 적시에 취하지 않아 심각한 장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진료기록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임상 수준에 부합하며 환자의 상태 악화는 예측하기 힘든 매우 드문 현상이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12월 15일 작업 중 좌측 새끼손가락에 부상을 입어 J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은 후 피고 병원으로 전원되어 총장측지동맥 봉합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직후 특이 증상이 없었으나 2016년 12월 19일부터 고열(38.7℃), 오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생제 및 진통제를 처방하고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수치 16,800K/uL, C-반응성단백(CRP) 7.55mg/dl로 상승한 것을 확인하여 항생제를 변경했습니다. 2016년 12월 21일에는 우하복부 압통, 반발통, 근성방어 등 복막 자극 증상이 나타났고 체온도 38℃ 이상이었습니다. 피고 병원은 원고 A가 과거 대장천공 및 충수염 수술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2016년 12월 23일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수 25,600K/uL, CRP 22mg/dl로 더욱 상승했고 복부 CT 촬영 결과 ‘대장 전반에 걸쳐 장벽이 두꺼워져 있고 대장염이 확인된다’는 소견을 받았으나 피고 병원 의료진은 복막염 진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2016년 12월 24일 새벽 원고 A는 혈변을 보았고 복부 팽만과 통증이 심해졌으며 활력 징후도 불안정해지자 피고 병원은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같은 날 원고 A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되어 복막염 의증 진단 하에 회맹장절제술을 받았고 수술 과정에서 맹장천공을 확인하여 진단명을 변경했습니다. 이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2017년 1월 2일 우측 반결장절제술 및 회장 조루술을, 2017년 3월 18일 결장을 모두 제거하고 인공항문을 부착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원고 A는 결국 결장 전체가 절제된 상태로 영구적인 유착으로 인한 장폐색 가능성 장해 진단을 받게 되었으며 심한 정신적 고통도 겪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의료진의 진단, 진료, 전원 조치 상의 과실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초래되었다며 피고들에게 각자 원고 A에게 104,108,767원, 원고 B, C에게 각 5,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의 증상에 대해 복막염 의증 진단을 지연하고 적절한 진료 조치(금식, CT 검사, 전원 조치 등)를 적시에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그리고 그 과실이 원고 A의 장기 손상 및 영구 장해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진단 및 진료 상의 과실이나 전원조치 상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반인이 밝혀내기는 극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예: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 측에서 입증해야 하며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20127 판결 등 참조). 한편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본 판례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고열, 복통, 설사 등의 증상에 대해 혈액검사, 항생제 변경, 복부 CT 촬영 등 적극적인 내과적 치료를 시도한 점, 환자의 병세가 급진전한 것이 일상 임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상황이 아닌 매우 드문 경우라는 점, 환자에게 이미 발견되지 않은 기저질환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임상 수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복막염 의증 진단 시점 및 금식, 전원 조치 시점의 적절성 여부도 당시 의료진의 판단 재량 범위 내에 있었고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환자의 기존 병력(예: 생후 7개월 대장천공, 고등학교 3학년 충수염 수술 이력 등)은 진료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료 과정에서 발열, 통증, 혈변 등 증상이 악화되거나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료진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추가 검사 및 진료 방향에 대해 문의하고 자신의 상태 변화를 상세히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막염 의증과 같이 판단이 어려운 중증 질환의 경우 의료진이 진단 및 치료에 신중을 기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가 급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 과실 여부는 해당 의료 행위가 당시의 의료 수준과 의사의 지식 경험에 비추어 합리적이었는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전문가의 진료 기록 감정 결과가 법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 분쟁 발생 시 객관적인 의학적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중증 질환으로 판단될 경우 상급병원 전원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으나 전원 시점의 적절성 또한 의료진의 재량과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