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산모의 유도분만 과정과 신생아의 출생 직후 응급처치 과정에서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에 대해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의료진의 진료 과정에 과실이 없었고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C은 임신 38주차에 고혈압 및 단백뇨 증세로 인해 피고 병원에서 유도분만을 시작했습니다. 분만촉진제 투여 후 자궁경부가 완전 개대되고 양막이 파수되는 등의 과정 끝에 2013년 1월 8일 원고 A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원고 A은 출생 직후 자발적 움직임이 거의 없고 울음이 없으며 근력 처짐 등이 나타나는 등 위중한 상태였고 아프가 점수 1분 3점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의료진은 기도 청소 등 응급처치를 하고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 산소포화도를 모니터링했으나 호흡시 늑간 함몰과 호흡수 증가가 관찰되어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기를 적용했습니다. 대사성 산증 소견이 있었으나 급속 수액요법으로 호전되어 다음 날 기관삽관을 제거했습니다. 이후 다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재차 기관삽관을 했고 결국 저산소성 뇌손상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 A은 현재 영구적인 경직성 사지마비 및 지적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태아곤란증에 대한 대처 및 분만 지연 상황에서의 제왕절개 수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출생 후 응급처치(기관삽관 시점, 발관 후 재처치)를 소홀히 했으며 산모에게 분만 위험성 및 대체 분만 방법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약 12억 6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분만 과정에서의 의료 과실 여부: 고위험 산모 유도분만 중 태아심장박동 관찰 소홀 및 태아곤란증 대처 미흡으로 인한 과실 여부, 분만 지연 상황에서 옥시토신 투여 중단이나 제왕절개 등 적절한 조치 없이 무리하게 분만을 강행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한 과실 여부. 2. 분만 이후 신생아 응급조치상의 의료 과실 여부: 출생 직후 신생아 A의 위중한 상태에도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기 적용 등 응급조치를 지체하여 뇌손상을 악화시킨 과실 여부, 기관삽관 제거(발관)가 부적절했고 이후 호흡부전 징후에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여 재차 기관삽관을 지체하여 뇌손상을 악화시킨 과실 여부. 3. 설명의무 위반 여부: 산모 C에게 유도분만의 위험성 및 제왕절개 수술과 같은 대체 분만 방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분만 과정 및 신생아 응급조치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태아심장박동 관찰이 소홀하지 않았고 분만 지연 상황이라고 볼 수 없었으며 제왕절개 수술이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도 아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신생아 A에 대한 기관삽관이 지체되지 않았고 기관삽관 제거(발관)도 부적절하지 않았으며 이후 경과관찰 및 재차 기관삽관도 적시에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모에게 제왕절개 수술의 필요성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 해도 신생아의 뇌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신생아 A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라는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전형적인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입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의료행위를 할 때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분만 전, 분만 중, 분만 후 원고 C과 A에게 제공한 의료 서비스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특히 태아심장박동 관찰, 분만 지연 시 대처, 신생아 응급처치 등의 과정에서 당시 의학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의료과실의 증명책임 완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는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의료상 과실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었으므로 이러한 증명책임 완화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의료행위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 자체를 원고들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의사의 설명의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는 의사가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질식분만이 원칙적인 상황이었고 제왕절개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의료진에게 제왕절개 수술에 대한 설명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이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려면 그 설명의무 위반과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설명의무 위반과 신생아 A의 뇌손상 사이에 이러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 과실 판단의 어려움: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일반인이 과실 여부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문가 감정 결과, 당시 의료 수준, 다른 원인 개입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분만 과정의 표준 준수: 병원은 분만 1기와 2기 등 각 단계별로 태아심장박동 관찰 주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국내 확립된 기준이 없을 경우 해외 권고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과실로 단정되기는 어렵습니다. 태아곤란증 진단 기준: 태아심장박동수 감소가 있더라도 태아 심혈관계의 반응성을 나타내는 기초 변이도의 소실이 동반되지 않고 즉시 회복된다면 태아곤란증으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일시적인 서맥은 정상 진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분만 지연 및 제왕절개 결정: 분만 지연 판단에는 명확한 시간 기준과 태아하강도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제왕절개 수술은 태아나 산모에게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시행하며 불필요한 제왕절개 수술을 줄이기 위해 지연장애 시에도 자궁 수축력 평가 및 분만 진행 관찰이 권고되기도 합니다.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과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신생아 응급처치: 출생 직후 신생아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응급처치는 필수적입니다. 태변 흡입이 의심되지 않고 심장박동수와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 내로 유지된다면 즉각적인 기관삽관이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불필요한 침습적 처치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설명의무 위반의 범위: 의사는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의료행위나 침습적 의료행위 시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충분히 설명하여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질식분만이 원칙적인 상황에서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질식분만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이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려면 그 설명의무 위반과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