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면세점 운영사들이 한국공항공사와 김포 및 김해국제공항 내 면세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영업 중,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고 공항 국제선 터미널이 폐쇄되면서 면세점 영업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면세점 측은 임대료 전액 면제를 요구하며 이미 지급된 임대료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하급심은 임대료를 일부 감액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전액 면제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2020년 4월 6일부터 8월 31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임대인인 공항공사가 면세점 용도로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 임차인의 임대료 지급 의무가 면제되고 이미 지급된 임대료는 반환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2016년 원고 주식회사 ○○○와 △△△는 피고 한국공항공사와 각각 김포 및 김해 국제공항 내 면세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은 면세점 용도를 지정하고 임대료 산정 방식에 매출액을 포함했으며 피고는 면세점 운영에 대한 폭넓은 관리 권한을 가졌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이 대폭 감축되자 원고들은 피고의 승인하에 임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2020년 4월 6일 국토교통부의 조치로 김포 및 김해 국제공항의 국제선 청사가 완전히 폐쇄되면서 원고들의 면세점 운영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임대료 전액 면제를 요청했지만 피고는 거절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후속 조치에 따라 피고는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는 임대료의 50%를 감액하고 9월부터는 전액 면제했습니다. 원고들은 청사가 폐쇄된 2020년 4월 6일부터 8월 31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남은 50% 임대료도 전액 면제되어야 한다며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하급심은 임대료를 70% 감액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완전 면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운항 중단 및 공항 터미널 폐쇄 상황에서 임대인이 임차 목적물(면세점)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제공할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것인지 여부, 이러한 상황이 민법 제537조의 채무자위험부담주의가 적용되는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에 해당하는지 여부, 임대인의 의무 이행불능으로 인해 임차인의 차임(임대료) 지급 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 및 이미 지급된 차임의 반환 여부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2020년 4월 6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 차임 관련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 계약의 목적이 면세점 영업으로 명확히 지정되어 있고 임대료가 매출과 연관되며 임대인이 면세점 운영에 깊이 관여하는 등 통상적인 임대차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운항 중단 조치로 김포 및 김해 국제선 청사가 폐쇄되어 면세점 영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은 임대인인 피고가 임차 목적물을 면세점 용도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시킬 의무를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민법 제537조). 따라서 임대인인 피고는 해당 기간의 차임을 청구할 수 없고 이미 지급받은 차임은 부당이득으로서 원고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는 면세점 영업이라는 특정 용도로 원고들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시킬 의무가 있었으며 이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 제공을 넘어 면세점 영업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포함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537조(채무자위험부담주의):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운항 중단 및 공항 청사 폐쇄 조치는 임대인과 임차인 양측 모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보았으며 이로 인해 임대인이 면세점 용도로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제공할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해당 기간의 차임 지급을 청구할 수 없으며 이미 지급된 차임은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행불능'을 절대적 물리적 불가능을 넘어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거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로 확장 해석했습니다. 민법 제628조(차임증감청구권):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이 조항에 따른 차임 감액을 일부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완전한 이행불능 상황에서는 채무자위험부담주의를 적용하여 차임 전액 면제 및 반환을 판단했습니다. 관세법 제196조 제1항(보세판매장): 보세판매장에서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할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이는 국제선 이용 승객이 없으면 면세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며 면세점 운영 목적의 임대차 계약 특수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계약 목적의 명확성: 상업용 임대차 계약 시 임차 목적물을 특정 용도(예: 면세점 특정 업종 상가)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경우 해당 용도로의 사용이 불가능해질 때 임대인의 사용·수익 제공 의무 이행불능 여부가 중요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관여 정도: 임대인이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임차인의 영업 활동에 깊이 관여하는 계약(영업 종목 변경 승인 휴업/영업시간 조정 요청 등)일수록 임대인의 의무 범위가 넓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사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당사자 누구의 책임도 없는 예측 불가능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계약의 본질적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지는 경우 '채무자위험부담주의' 원칙이 적용되어 임대인의 차임 청구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정부 정책 및 행정조치: 정부의 정책(예: 공항 국제선 청사 폐쇄)이 임대차 목적물의 사용·수익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는 임대인의 의무 이행 불능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간 특정: 급부 불능이 발생한 구체적인 기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해당 기간 동안의 급부 불능이 일시적이라도 사회통념상 '종국적 이행 불능'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기존 임대료 감면 조치: 정부나 임대인의 기존 임대료 감면 조치가 있었더라도 해당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적인 임대료 반환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