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척추 수술 후 퇴원했으나 고열 증상으로 재입원하여 수술 부위 감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에서는 수술 중 감염 관리상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은 감염 발생 사실만으로 곧바로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 과실의 구체적인 증명과 그 과실이 손해 발생의 개연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2018년 3월 21일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척추 디스크 재발 진단을 받고 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3월 23일 의사 C로부터 좌측 제5요추-제1천추 미세현미경하 요추 추궁절제술 및 추간판제거술을 받았고, 3월 28일 피고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그러나 퇴원 후 4월 7일 새벽 고열 등으로 동해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4월 8일 중앙보훈병원에서 수술 부위 감염이 의심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후 4월 9일 피고 병원에 재입원하였고, 4월 11일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균 감염이 확인되었습니다. 4월 12일 H병원으로 전원되어 수술 부위 절개배농술을 받고 경막외 농양 및 수술부 감염을 확진받았으며, 7월 12일 H병원에서 퇴원 시 척추내 경막상 농양으로 최종 진단받았습니다. 원고는 수술 후 발생한 이러한 감염증이 피고 의료진의 감염 관리상 과실 때문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한 경우, 의료진의 감염 관리상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감염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 즉 수술 중 직접 감염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감염 관리상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인정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의료 과실의 구체적인 증명과 그 과실이 손해 발생의 개연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증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환자에게 중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감염의 다양한 원인과 현대 의학기술로 감염을 완전히 예방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감염 발생 사실 자체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바로 추정할 수는 없으며, 과실로 평가될 수 있는 구체적인 행위의 존재와 그 행위가 손해 발생에 기여할 개연성이 명확히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의사의 주의 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 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시인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합니다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이는 의료행위가 전문성을 띠므로 통상의 의사에게 기대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 증명: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므로 일반인이 과실 여부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증명하여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22030 판결 등 참조). 과실과 손해 사이 인과관계 추정 요건: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와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참조). 병원감염의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 현대 의학기술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감염 발생 사실 자체만으로는 곧바로 감염 관리에 대한 진료상 과실을 추정하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증거 확보: 수술 전후의 진료 기록, 혈액 검사 결과, 투약 기록 등 모든 의료 기록을 철저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감염 발생 시점, 경과, 원인균 등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감염 원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 감염 발생 시 해당 감염이 수술 과정 중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환자 자체의 면역력 저하나 다른 경로를 통한 감염인지 등에 대한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료 과실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주의 의무 확인: 의료진이 수술 전후 감염 예방을 위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술실 환경 관리, 기구 소독, 의료진의 위생 관리, 환자 관리 등입니다. 인과관계 증명의 중요성: 의료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이 실제로 환자의 감염 및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개연성 있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감염 원인 가능성 검토: 환자 본인의 기저 질환, 면역 상태, 다른 신체 부위의 감염 가능성 등 수술 외적인 다른 감염 원인도 함께 고려하여 의료진의 과실이 유일하거나 지배적인 원인이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