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이 사건은 교인들이 묘지로 사용하던 토지에 대한 분묘사용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입니다. 과거 OOOO교회가 교인들에게 묘지 부지를 제공하고 분묘 사용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해당 토지가 재단법인에 소유권이 이전되었고 재단법인이 원주시의 협의취득 제의에 응하여 토지를 양도하였습니다. 이에 분묘사용권을 가진 교인들이 피고 재단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고 재단이 협의취득에 응한 것을 이행불능에 대한 귀책사유로 보기 어렵고, 설령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손해액 산정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1972년 OOOO교회 장로의 상속인들은 교인 묘지 조성을 위해 원주시의 한 임야를 제공했습니다. OOOO교회는 교인들로부터 금원을 받고 묘지를 설치할 위치를 정한 후, 교인이나 그 가족의 분묘를 설치·사용케 하는 '분묘설치 및 사용계약'(이하 '분묘사용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09년 3월, 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피고 재단으로 넘어갔고, 피고 재단은 원주시의 협의취득 제의에 응하여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습니다. 이에 따라 분묘사용계약에 의해 묘지를 사용하던 원고들은 묘지를 계속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피고 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법원에서는 이 분묘사용계약이 분묘기지권과 유사한 영구적 사용권을 설정한 계약이며, 피고 재단이 원주시의 협의취득 제의에 응하여 토지를 양도한 것이 원고들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된다고 보아 피고 재단이 원고들에게 토지사용권의 시가 상당액을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재단이 원주시의 협의취득 제의에 응한 것이 분묘사용계약의 이행불능에 대한 귀책사유(잘못)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만약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면 손해배상액의 적절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환송합니다.
대법원은 피고 재단이 협의취득에 응한 것을 이행불능에 대한 귀책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가 협의취득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토지 수용이 불가피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피고의 의무는 토지가 수용될 때까지 분묘 사용을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즉, 피고가 협의취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에 응했다는 사정만으로 귀책사유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령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손해액은 분묘사용권의 시가 상당액 전체가 아니라 협의취득일부터 예상되는 수용일까지 분묘를 사용하지 못한 이익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보아 원심의 손해액 산정 방식에도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이 분묘사용계약의 성격 및 이행불능의 귀책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 판단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그 범위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계약상 의무 불이행과 귀책사유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계약 내용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판례에서는 피고 재단이 원주시의 협의취득 제의에 응한 것이 과연 분묘사용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귀책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가 이행불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예: 공공사업으로 인한 토지 수용이 불가피한 경우)에서 협의취득에 응한 것만으로는 귀책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어려워진 경우까지 모두 채무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2. 손해배상의 범위 (민법 제393조 손해배상의 범위):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통상적인 손해를 그 한도로 하며,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원심법원에서는 분묘사용계약에 의해 설정된 토지사용권의 시가 상당액 전체를 손해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피고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손해액은 협의취득일로부터 예상되는 수용일까지 분묘를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이익, 즉 실제 사용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손해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약이 이행불능이 되었을 때 채무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법리입니다.
3.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관습법상의 권리입니다. 이 사건 분묘사용계약의 성격이 일반적인 임차권이나 사용대차권이 아닌, 분묘기지권과 유사한 영구적 사용권인지 여부도 원심에서 논의되었으나, 대법원은 주로 이행불능의 귀책사유와 손해배상 범위에 초점을 맞추어 판단을 내렸습니다.
묘지 사용 계약 시에는 토지 소유권 변경 가능성과 공공사업으로 인한 토지 수용 또는 협의취득 상황에 대비하여 권리 변화 및 손해배상에 대한 명확한 약정을 사전에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당사자의 귀책사유는 단순히 제3자와의 거래에 응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해당 거래가 불가피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공공사업으로 인해 토지 사용이 불가능해진 경우, 사용권자의 손해 범위는 실제 사용 불능 기간 동안의 이익에 한정될 수 있으므로, 손해액 산정 시 이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분묘 사용 권리가 영구적인지 여부는 계약 내용, 관련 법규, 그리고 관습법상의 분묘기지권 인정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