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 임대차
원고 A는 피고 B와 임대차보증금 2억 4천만 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해당 아파트를 매매대금 3억 8천만 원에 매수하기로 구두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금 1천만 원은 지급하고 중도금 2억 4천만 원은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A는 아파트 시세 하락을 이유로 매매대금 조정을 요청하다가 매매계약 해제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고, 피고 B는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며 잔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임대차보증금을 중도금으로 대체하기로 한 합의가 ‘이행의 착수’로 볼 수 없어 원고 A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B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7월 21일 피고 B와 아파트 임대차보증금 2억 4천만 원에 임대차계약을 맺고 2022년 9월 10일까지 거주했습니다. 임대차 기간 중인 2022년 3월 7일, 원고 A와 피고 B는 해당 아파트를 3억 8천만 원에 매매하기로 구두 계약을 하고, 원고 A는 계약금 1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중도금 2억 4천만 원은 기존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고, 잔금 1억 3천만 원은 2022년 9월 말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9월 1일, 원고 A는 아파트 시세 하락을 이유로 매매대금을 3억 6천5백만 원으로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고, 9월 3일에는 매매계약 해제 및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원고 A는 9월 8일 피고 B에게 아파트를 인도했고, 피고 B 측은 아파트를 다시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이후 원고 A는 피고 B에게 보증금 및 계약금 반환을 청구하는 본소와 피고 B는 원고 A에게 매매 잔금 지급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며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와 피고 B 사이에 아파트 매매계약을 합의 해제하기로 한 묵시적 또는 명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임대차보증금을 매매계약의 중도금으로 대체하기로 한 구두 합의가 민법 제565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이행의 착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위 ‘이행의 착수’ 여부에 따라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매매계약의 합의 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주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임대차보증금을 중도금으로 대체하기로 한 합의만으로는 '이행의 착수'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 A가 계약금 1천만 원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매도인인 피고 B는 매수인인 원고 A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 4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해야 하며, 매매계약의 유효를 전제로 한 피고 B의 반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민법 제565조 제1항(해약금 조항)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매매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 당시 계약금 등을 상대방에게 교부한 경우,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중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행에 착수'란 단순히 계약 내용을 따르는 이행의 제공을 넘어,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채무 이행 행위의 일부를 행하거나 필요한 전제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임대차보증금을 매매대금의 중도금으로 대체하기로 약정만 했더라도, 그 임대차보증금이 현실적으로 지급되거나 계약이 만료되어 중도금에 충당된 것이 아닌 한 '이행의 착수'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즉, 단순히 임대차보증금으로 중도금을 갈음하기로 한 합의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해약금에 의한 해제권을 봉쇄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이 중도금으로 실제로 충당되기 전에 계약금을 포기하고 적법하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습니다.
구두 계약도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지만, 부동산과 같이 중요한 계약은 반드시 문서로 작성하여 계약 내용, 대금 지급 방식, 계약 해제 조건 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특히 매매대금 중 일부를 기존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하는 경우, 단순히 합의만으로는 '이행의 착수'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즉, 보증금 반환 시점에 중도금으로 자동 전환되도록 약정했다면, 그 시점 전까지는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계약 체결 즉시 보증금이 중도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면 해약금 해제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세 변동 등으로 계약을 해제하려는 경우,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할 수 있는 시기(‘이행의 착수’ 전)를 정확히 확인하고 진행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을 인도하는 행위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합의 해제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합의 해제를 원한다면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 등 모든 사항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