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원고 A가 피고 C에게 아파트 분양 관련으로 총 48,675,000원을 송금하고, 이를 대여금으로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송금된 돈이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으로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피고 C가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코니 확장 계약금 1,375,000원과 1차 계약금 10,000,000원, 그리고 2차 계약금 37,300,000원 등 총 48,675,000원을 송금했습니다. 원고는 이 돈을 피고에게 빌려준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며 원금 50,000,000원과 이에 대한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이 돈이 아파트를 전매하여 수익을 나누기로 한 투자 약정에 따른 것이며 원금 보장 약정이 없었고, 아파트 매도 조건도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갚을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금원이 대여금인지 아니면 아파트 전매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금인지 그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대여금이라면 피고가 원고에게 돈을 갚아야 하지만 투자금이라면 피고에게 원금 상환 의무가 없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돈이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으로 인정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돈이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가 송금 전후로 아파트 분양 관련 정보를 수차례 주고받았습니다. 둘째, 원고가 송금한 금액이 피고가 요청한 아파트 발코니 확장금과 1, 2차 계약금 액수와 천원 단위까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지인에게 거액을 대여하면서 이처럼 세밀하게 금액을 맞추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셋째, 피고가 2020년 1월 8일 원고에게 '원고는 피고가 당첨된 이 사건 아파트 계약금 일체를 융통하여 주며, 상기 부동산을 매도 시 수익금액 중 일천만원을 피고의 기본공제 몫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차익을 피고 55%, 원고 45% 비율로 분배하기로 한다. 계약금도 동시상환한다 (중개수수료는 피고 부담) / 특약: 원고는 만족할만한 수익창출 시 (40% 이상 기준) 피고에게 베트남 4인 가족 여행을 보내준다'는 내용의 계약서 초안을 문자로 보낸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송금된 돈이 아파트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민법상의 '대여금'과 '투자금'의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여금 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금원을 교부하고 상대방은 이를 일정 기간 후에 원금과 이자를 반환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소비대차 계약의 일종입니다. 대여금의 경우, 대여자는 원금과 약정 이자를 반환받을 권리가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갚을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투자금은 특정 사업이나 목적에 자금을 투입하여 수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로, 일반적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거나 수익 발생에 따라 원금 회수 및 수익 분배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금의 경우, 투자자는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분배받을 권리가 있지만, 사업의 실패나 수익 미발생 시에는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을 부담하게 됩니다. 법원은 금전의 교부가 대여인지 투자인지 판단할 때, 당사자들의 약정 내용, 금전 교부의 동기와 목적, 거래 경위, 교부된 금액의 사용처, 원금 보장 또는 수익 분배에 대한 약정 유무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에 따라 판단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송금한 돈이 아파트 분양 계약금 및 발코니 확장 대금과 정확히 일치하고, 수익 분배 및 여행 제공 등 투자 약정의 정황이 있었으므로 대여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개인 간 금전 거래 시 돈의 성격(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친분이 있는 사이라도 구두 약정보다는 반드시 계약서나 차용증을 작성하여 금전이 오고 간 목적, 이자 유무, 변제 기한, 원금 보장 여부, 수익 분배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만약 투자 목적으로 돈을 송금하는 경우에는 투자 대상, 수익 분배 비율, 손실 발생 시 책임 분담, 원금 상환 조건 등을 서면으로 분명히 해두어야 향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빌려줬다'는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법원에서 대여금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 등 디지털 기록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금전 거래와 관련된 대화 내용은 신중하게 주고받고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