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전 배우자인 C의 약속어음 위조 등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C는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기 전 자신의 부동산 2개에 대해 피고 B에게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원고는 이를 사해행위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는 원고가 정신분열증 환자이므로 소송 능력이 없고, 원고 또한 C에게 양육비 채무가 있으므로 소송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자신은 C의 사해행위를 알지 못하는 선의의 수익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여 채권자가 채권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 채권자는 해당 재산 처분 행위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경우 채무자가 고의의 불법행위를 통해 발생한 채무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처분한 것이 문제 되었습니다.
C가 원고 A에게 손해배상 채무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 B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원고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해당 근저당권 설정 당시 C가 채무초과 상태였는지, 그리고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피고 B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하는 선의의 수익자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원고 A의 소송 능력 여부 및 C의 원고에 대한 양육비 채권과 원고의 손해배상 채권을 상계할 수 있는지가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A의 청구를 인용하는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C과 피고 B 사이에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과 추가근저당권설정계약은 취소되었으며 피고 B는 C에게 해당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원고 A가 정신분열증 환자로서 소송 능력이 없다는 피고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C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은 민법 제496조에 따라 상계가 금지되므로 C의 양육비 채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 채권을 상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C가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고, 이로 인해 원고의 채권 공동담보를 감소시켜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B는 사해행위의 수익자로서 선의임을 입증할 책임이 있었으나,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악의가 추정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C에게 원고 외 다른 채권자들이 존재하므로 원고의 채권액을 넘어 사해행위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구하는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사안입니다.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해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재산 처분으로 인해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거나 심화되고,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의사(사해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재산을 취득한 수익자는 채무자의 이러한 의도를 알지 못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악의가 추정되므로 이를 반증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민법 제496조는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의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이 그 손해배상 채무를 다른 채권으로 상계하여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C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는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였으므로, C이 원고 A에게 양육비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원고의 손해배상 채권과 상계하여 채무를 면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만약 타인에게 채무가 있는 사람이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거나 담보로 설정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당 재산 처분 당시 채무자의 재산이 채무를 갚기에 부족한 상태(채무초과)였는지입니다. 또한, 재산을 이전받거나 담보로 설정받은 사람은 채무자의 이러한 의도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객관적인 증거로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고의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 채권의 경우, 채무자가 다른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상계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다른 여러 채권자들이 있다면 특정 채권자의 채권액을 넘어서는 범위까지 사해행위 취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