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재개발 · 행정
건축주 변경으로 인해 공사감리자가 새롭게 지정되자 기존에 지정되었던 감리자가 처분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주시장으로부터 건축물의 공사감리자로 지정 통보를 받았던 주식회사 A는 건축주가 변경된 후 다른 감리자가 지정되자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는 처분 취소를 결정했으나, 2심에서는 주식회사 A에게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제주시장으로부터 소규모 건축물의 공사감리자로 지정 통보를 받았고 당시 건축주 C와 감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건축주가 F으로 변경되었고, F은 원고에게 감리계약 해지를 통보한 후 건축법 제25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자 중 공사감리자를 지정해 달라고 제주시장에게 신청했습니다. 이에 제주시장(피고)은 B를 새로운 공사감리자로 지정 통보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러한 변경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때 착공신고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건축법 제25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공사감리자로 지정된 자(설계자)가 착공신고 수리 전에 건축주의 변경과 요청으로 인해 다른 공사감리자가 지정된 경우, 이 변경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와 새로운 공사감리자 지정 통보가 기존 공사감리자 지정 통보를 묵시적으로 철회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공사감리자 지정 처분 전에 기존 공사감리자에게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도 다투어졌습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항소법원은 주식회사 A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소를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건축법상 건축주의 신청에 따른 공사감리자 지정(제25조 제2항 단서)은 건축주에게 계약의 자유를 일부 회복시켜주는 의미가 있으며, 이때 지정된 설계자는 건축주와의 공사감리계약 체결 및 이행을 요구할 공법상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주식회사 A의 이익은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새로운 감리자 지정이 기존 감리자 지정을 묵시적으로 철회하는 효력이 있다고 보았고, 새로운 처분은 원고의 권익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건축법 제25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공사감리자 지정 제도와 관련된 법률 해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건축법 제25조 제1항 및 제2항: 건축법은 건축물의 규모, 용도, 구조에 따라 건축주가 직접 공사감리자를 지정하거나(제1항), 소규모 건축물 등의 경우 허가권자가 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자 중에서 공사감리자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항 본문). 다만 건축주의 신청이 있는 경우 허가권자가 설계자를 공사감리자로 지정할 수 있는데(제2항 단서), 법원은 이 단서 규정에 따른 지정은 건축주의 계약 자유를 일부 회복시켜주는 의미가 크며, 착공신고 수리 전까지는 지정된 설계자에게 '공사감리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나 '건축관계자인 공사감리자로서의 지위'를 구체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행정처분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원고적격) 관련 법리: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만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공익 보호의 결과로 얻는 일반적, 간접적, 추상적 이익이나 단순히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행정처분의 묵시적 철회 법리: 행정청이 원래 처분에 하자가 없었더라도 사정 변경이 생기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발생한 경우 별도의 행정행위로 이를 철회할 수 있으며, 종전 처분과 양립할 수 없는 처분을 함으로써 묵시적으로도 철회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새로운 공사감리자 지정 통보가 기존 공사감리자 지정을 묵시적으로 철회하는 효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및 제22조 제3항: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규정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이 원고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이 아니므로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주택법 제43조, 시행령 제47조, 제48조 및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 주택법상 감리자 지정은 건축법과 달리 감리자 신청 주체, 지정 절차, 변경 등에 있어 차이가 있습니다. 주택법은 감리자로 지정받고자 하는 자가 직접 신청하고 적격 심사를 거쳐 지정하며, 지정된 감리자의 지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건축법상 감리자 지정과 주택법상 감리자 지정을 동일하게 보아 법률상 이익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건축법상 공사감리자 지정은 건축주의 신청에 따라 이루어질 경우(제25조 제2항 단서) 건축주와의 계약 체결이 전제되어야 하며, 착공신고가 수리되어 공사감리자로서의 지위를 얻기 전에는 계약 해지 또는 변경에 대한 법률적 보호가 약할 수 있습니다. 감리자로 지정되었더라도 건축주와의 계약이 실제로 체결되고 착공신고가 수리되어야 공법상의 확실한 지위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 단계에서는 건축주와의 사적인 계약 관계에 따른 문제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해당 처분으로 인해 자신의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공사감리자 지위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건축주 변경 등의 상황 발생 시, 자신의 지위가 어떻게 되는지 관계 법령과 행정기관의 지침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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