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노동
육계 가공업체의 대표인 피고인 A는 근로자 D가 퇴직한 후 퇴직금 3,162,453원을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D가 재직 중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았고 퇴직 후에는 실업급여 수령을 조건으로 퇴직금 관련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사직원을 작성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설령 의무가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근로자 D는 2004년 11월 1일부터 2018년 5월 1일까지 육계 가공업체 C에서 근무했습니다. D는 근무 중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으로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돈을 지급받았습니다. 2018년 4월 9일 암 진단을 받고 4월 10일 퇴직한 D는 4월 18일 피고인을 만나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4월분 급여를 받고 퇴직금 관련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직원을 작성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D의 실업급여 수령을 위해 권고사직 처리에 협조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한 합의였습니다. D는 이후 실업급여를 수령했고, 배우자에게도 퇴직금 문제로 회사와 다투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D 사망 후 2020년 10월경 D의 배우자가 피고인에 대해 퇴직금 미지급으로 진정을 제기하며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 A에게 근로자 D의 퇴직금 3,162,453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형사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피고인은 무죄.
재판부는 근로자 D가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의 돈을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받았고, 퇴직 후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피고인이 권고사직 처리에 협조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급여 및 퇴직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직원을 작성한 점을 들었습니다. 또한 D가 배우자에게 ‘고용보험만 받으면 되니 퇴직금 때문에 회사와 실랑이하기 싫다’는 취지로 말한 점과 피고인이 D의 4월분 급여 상당액을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D의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설령 지급 의무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미지급 퇴직금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퇴직금 지급)와 제44조(벌칙)가 적용됩니다. 제9조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44조는 이를 위반할 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를 퇴직한 근로자가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 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며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또한 퇴직금 지급 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바로 형사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즉,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합리적으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다면, 비록 후에 민사상 지급 책임이 인정될지라도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사용자는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에 있어 법적 절차와 요건을 정확히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퇴직금 중간정산은 법에서 정한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단순히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방식은 향후 분쟁의 소지가 크고 법적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퇴직 시 근로자와 퇴직금 지급 의무에 대해 합의하거나 퇴직금 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할 경우, 해당 합의가 강요나 부당한 압력 없이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퇴직 이후에 이루어진 것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또한 퇴직금 지급 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대해 회사 측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다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미지급이 곧바로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관련 증빙 자료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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